어제도 열린밥차 사역을 나갔습니다.
지역의 어르신들께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보람 있고 삶의 원동력을 가져다 줍니다. 작지만 우리교회가 이 지역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뭔가 하고 있구나 라는 "뿌듯함"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낮 12시 쯤 저의 멘토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갑자기 컴퓨터가 안 된다고 저에게 SOS를 치신 것입니다.
저에게 영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셨던 분이므로 만약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모든 일을 제쳐놓고 달려가는 것이 그분을 향한 저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빨리 사역을 마치고 정리정돈을 한 다음 교회차(그랜드스타렉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교회차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교회가 개척을 할 때, 개척헌금과 아내가 결혼 전에 구입했던 승용차를 판 가격, 그리고 사강감리교회에서 개척자금으로 도와준 금액을 다 긁어모아 어렵게 어렵게 구입한 우리교회의 보물 제1호이지요.
제 인생에서 승합차를 새 차로 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애지중지 다루고 있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에도 2,000RPM이 넘지 않게 밟고, 급브레이크나 급가속은 절대 안 하지요.
구입한지 5년이 됐는데 2만Km 밖에 타지 않았으니 얼마나 금이야 옥이야 탔겠습니까?
그래서 누가 교회 승합차를 빌려달라고 할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사실 여기저기서 빌려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습니다. 마음이 약한 저는 선뜻 대답도 못하고 머뭇머뭇 거리죠.
이렇게 아끼는 교회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옆에서 승용차가 꽝 박는 게 아닙니까?
“아니 어떻게 옆에서 보지도 않고 나옵니까?”
상대방 아주머니께서는 연신 핑계만 대셨습니다.
“어? 천천히 나왔는데,,, 옆에 차 때문에 안 보였네... 아저씨가 너무 빨리 운전 한 것 아니에요?”
이유같지 않는 이유만 늘어놓더라고요!
기가 막혔습니다.
저는 교보 악사 다이렉트, 상대방은 삼성화재였습니다.
피해자인 저에게 과실 3을 주고, 상대방은 7로 예상하더군요.
우리 쪽 보험직원도, 상대방 쪽 보험직원도...굉장히 억울했습니다.
상대방 수리비의 30%는 제가 물어줘야 된다는 것입니다. 제 차 수리비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보험회사가 지급하겠지만
초기 자기부담금과 보험 할증이 붙는다는 말씀을 하셨을 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괜찮았는데 오늘 자고 일어나보니 한 쪽 팔이 놀랬는지 아프더라고요.
병원은 안 갔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약간 기분이 언짢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 혼자 교회 안에서 차근차근 생각을 짚어갔습니다.
“이 사고가 왜 나에게 일어났지?”
하나님의 자녀는 절대 "운명"이나 "우연"이 없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분명히 이것은 뭔가 인과응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쯤 기도 끝에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 저의 죄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 앞과 사람들 앞에 회개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저의 머릿속에 회개꺼리가 스쳐갔습니다. 교만했던 것들, 남의 이야기 했던 것들, 각종 자범죄들. 이 모든 것들이 사건의 원인이었습니다.
둘째, 교회차를 우상화했었습니다. 어찌 보면 하나님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고, 더 신경을 썼으며, 더 아꼈던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였지요.
셋째, 앞으로 더 조심운전을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평소 너무 급하게 운전했나 봅니다.
넷째, 상대방 아주머니도 저도 몸 안 다치고, 이만큼 부서진 게 다행이었습니다.
다섯째, 상대방이 값비싼 외제차가 아님에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아마 외제차인 경우 조금만 흠집이 났어도 전 유치장으로 직행해야겠죠. 돈이 없으니 몸으로 떼우는 수 밖에^^
여섯째, 상대방에게는 미안하지만, 제가 가해자가 안 된 것이 감사했습니다.
일곱째, 더 큰 축복 때문입니다. 저와 우리교회를 향한 축복의 전조 상황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연히 다가오시지도 않으셨고,
우연히 구속 계획을 세우시지도 않으셨으며,
우연히 성화의 모습으로 이끌어 가시지도 않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오늘의 이 경험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 믿습니다.
뭔가 깨닫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였다는 것은 머지않아 고백할 날이 오겠죠!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