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4.수 <계획대로 안 돼>
저는 뭔가 스케줄대로 움직이면 안정감을 얻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어지죠!
지난 주일은 3월 1일이었습니다.
매년마다 3월 1일이 되면 전교인이 교회에 모여 삼겹살을 먹습니다.
3월 3일, “삼겹살-Day”를 맞아 우리교회는 삼일절 공휴일에 이런 행사를 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공장에 다니기 때문에 공휴일이 아니고서는 평일에 시간을 내기란 힘든 상황입니다.
주일도 근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실 이 날도 많은 성도가 함께 하지 못 했습니다.
고되게 일하시는 성도들에게 배불리 드시게 하고픈 생각이 이런 행사를 개최하게 된 동기입니다.
이것도 벌써 3년째가 됐습니다.
올 해는 주일과 겹치는 바람에 주일 점심식사를 고기파티로 했습니다.
반찬은 별거 없었지만 그래도 다같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먹으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작은 모임이지만, 그곳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서로를 배려하며 챙겨주는 모습들을 확인했습니다.
마치 우애 깊고 끈끈한 가족처럼 말입니다.
여기까지 모든 행사가 순차적으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듯 했습니다.
우리교회는 매달 첫 주는 연합예배로 드립니다.
초등학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한 곳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학교 학생들이 이 날따라 이상하게 집중을 하지 않더라고요
한 학생이 몇 일전, 스마트폰 채팅 어플로 여자 친구를 사귀었는데 일산에 산다는 것입니다.
그 여자 친구에게 오늘 교회에서 고기파티를 한다고 이야기 했나 봅니다.
이어 목사님에게 일산에 자기 여자 친구가 있으니, 그 친구의 시간에 맞춰 주일 오후 1:30에 가서 데려오자는 것입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저는 우리교회 학생에게 안 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줬습니다.
그 학생은 미련이 있는지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리고 일단락되는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주일 아침, 이 학생이 교회학교 학생을 다 데리고 수원역에 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연합예배는 드리지도 않고 말입니다. 알고 보니 채팅해서 사귄 여자 친구가 수원역까지 나온다고 그 친구를 데려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수원역으로 가 그 여자 친구에게 연락을 해 보니 “연락두절”이었다면서 씩씩대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모두 허탈하게 돌아왔지요. 그것도 모든 예배는 끝나고 점심식사 때 말입니다. 그래도 교회를 찾아온 아이들이 예뻤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다 먹자마자 다시 나가는 것입니다.
“어디 가니?”
“노래방이요”
그 땐 순간 “이게 뭐지? 하나님께 대한 예배, 교회에 대한 생각, 목사님께 대한 예절을 잘못 가르쳤나?”라는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주일에 예배 한번을 드리지 않고, 전도도 하지 않게 하는 것들이 마냥 하나님께 죄송스러웠습니다. 제가 이 아이들을 잘못 가르친 것입니다. 마지막 차량운행을 하면서까지 저의 마음이 꺼림칙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무섭게 다가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기로 했습니다.
결국 연합예배는 이렇게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 목회에서 또 한 번의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