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카테고리 없음 2026. 11. 6. 10:48

2015년, 무료급식소는 어려웠습니다.
후원자도, 후원물품도 전무했기에 아주 힘들게 꾸려갔습니다.
그야말로 영세하고 볼품없는 급식소였죠.

어떤 사람이 “푸드뱅크에서 지원받아 보세요”라고 하더군요.
앞뒤 잴 것 없이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로 가입돼 있느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지원받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고, 공인된 단체여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경기도 주무관청을 오가며 고군분투했습니다.
행정사에 맡겨도 될 것을 그 돈이 없어서 혼자 씨름한 것입니다.
진짜 핏똥 쌌습니다.
아마 담당 주무관도 나 때문에 고생 많았을 겁니다.
워낙 알아듣질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었겠죠.

앞으로 설립될 단체의 ‘수입·지출 예산서’를 작성할 때 일입니다.
다음 해 예산서를 짤 때, 돈 나올 구멍이 없는 관계로 편법을 썼습니다.

“경기도가 우리 단체를 설립해 준다면,
그 증서를 가지고 후원자를 모집해 열심히 꾸려가겠습니다.”

마치 현대건설의 고 정주영 회장이 떠올랐죠.
“해운회사를 찾아가
500원짜리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보이며,
당신이 배를 사준다는 증서를 주면
그 증서를 가지고 영국 은행에서 돈을 빌려
대한민국 울산에 조선소를 지은 다음 네 배를 만들어 주겠다.”와 다르지 않았죠.

결국 우리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내가 그런 머리를 굴렸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똑똑하기도 했답니다.

신학교를 다닐 때, 외부 강사가 왔습니다.
여자 목사였고, 눈이 꼭 무당 같았습니다.
투시를 한다는 둥, 예지를 한다는 둥 하며 사이비 같은 사람이었죠.

날 보더니 “당신은 목사 될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길로 가세요.”
이러는 게 아닙니까? 나 원 참.
신학교에 와서 배우겠다고 앉아 있는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내가 그 얘기 때문에 지금의 목사가 돼 있는지 모르겠어요.
오기가 생겼거든요. 정말 이를 갈았습니다.

20년 가까이 흘러서 지금 그 사람을 찾아봤는데 자취를 감췄더군요.

나는 무료급식 열심히 하는,
지역에서 칭찬받는,
사리분별 잘하는
훌륭한? 목사가 돼 있는데 말이죠. 하하.

자랑질 해서 죄송합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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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있을 건 다 있습니다.
희로애락, 사랑과 배신, 미움과 시기, 뒷담화 등 다 있어요.

꼭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합니다.
아주 박진감 넘치고 스릴만점입니다.

인생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공간인데 여기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게,
우리네 인생은 모두 똑같은 것 같아요.

절대 나이 들었다고 사랑에 무감각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열정이 살아 숨 쉽니다.

삼시세끼 무료급식소는 오늘도 시계추처럼 잘만 돌아갑니다.
꽁냥꽁냥, 왁자지껄, 박장대소.
아주 재밌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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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선

카테고리 없음 2026. 11. 3. 10:33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온전한 몸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중풍으로 걸음걸이가 불편한 사람,
손이 말려 들어간 사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사람,
이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
성격이 착한 사람, 못된 사람,
정말 다양합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과거에 죄를 지은 사람도,
갓 출소한 사람들도,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로 말을 안 할 뿐이지 이런 사람들이 들락거릴 겁니다.
가끔 경찰이 사건 관련 협조를 부탁할 때가 있기 때문이죠.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 정면으로 응시하며 뚫어지게 쳐다보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인자하게 인사하고 말을 건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신신당부하죠.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오랫동안 쳐다보지 마라.”
“그러면 실례야”라고 말해줍니다.

어제, “학부모 기도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온 학부모 한 명의 행동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평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가게 됐고, 곁눈질을 하게 됐습니다.

귀한 자녀가 있는 학부모였습니다.
그 자녀는 엄마를 보는 순간 왈칵 끌어안았고,
엄마도 너무나 사랑스럽게 안아주더군요.
둘은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녀지간의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저절로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 모든 모습을 보는 듯 안 보는 듯 지켜봤죠.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누군가 내 모습을 보고 똑같이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뇌성마비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아마도 내가 이때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나를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나를 바라봐 준 사람들, 선생님들, 성도들, 친구들, 동기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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