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무료급식을 하는데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깁니다.
자꾸자꾸 이야깃거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무료급식이 지겹지 않습니다.
오늘 경험했던 것을 글로 남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기도 되고, 추억도 되기 때문입니다.
또 댓글로 호응해주는 분이 있어 감사합니다.
글 쓸 때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쓸까” 고민합니다.
“또 사진은 어떤 걸로 넣지?”라며 고뇌에 빠집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어줄까?”라는 생각보다는
“누구누구는 이 글 읽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그래서 “좋아요” 개수나 댓글에 너무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럼 안 쓰면 되잖아?”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글쓰기는 저의 취미이자, 사역이고, 후원자에게 드리는 보고이기에 안 쓸 수가 없습니다. 제 사명입니다.
우리를 아껴주는 분에게는 우리의 소식이 전달돼야 하거든요.
그래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일부러 첫문장이나 사진을 굉장히 상투적인 것으로 대체합니다. 그리고나서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써내려가죠.
우리 아내도 제 글을 중간쯤 읽다가 재미없으면 안 읽습니다. 마지막에 중요한 말이 나오는데도 말입니다.
우리를 정말정말 사랑해주는 분만 꼬박꼬박 정독해줍니다.
이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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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을 운영하면 여러 곳에서 후원물품이 들어옵니다.
지나다니다 후원하고, 구경하다 후원합니다.
시골집에서 가져왔다며 김치를 가져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어떤 분은 집에서 몇 년을 묵혔던 쌀을 가져오는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씀이
“이거 먹어도 아무치도 않습니다. 버리기 아까워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러니 무료급식에 쓰세요.”
누렇게 변해버린 묵은 쌀을 가져오는 분이 꽤 있습니다.
선심 쓰는 것처럼 후원하는데 솔직히 안 받고 싶습니다.
안 받으면 소문이 이상하게 날까봐 받긴 받습니다.
“저 무료급식소 배불렀네, 배불렀어. 미친게야. 틀림없어”
이럴까봐요.
그래서 좋게좋게 처신합니다.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90도로 인사하며 배웅합니다.
우리 어르신들은요.
완전 비싼 햅쌀만 드십니다. 냄새나는 쌀 안 드십니다.
2022년 2월에 도정한 철원오대쌀, 경기미추정아키바레, 화성수향미, 임금님표이천쌀, 이런 것만 드세요. 일반마트에서 20Kg에 7~8만원하는 쌀이요.
“무료급식소이니 약간 질 떨어진 것 줘도 괜찮겠지”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가슴에 상처받습니다.
그렇게 괜찮으면 집에서 드시면 되잖아요.
아들이 우유대리점을 운영하는 어르신이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을 가져와서는
“이거 봉사자들 먹어. 그리고 나 오늘 간식 두 개 더 줘”라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며느리 것도 달라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 이럽니다.
“내가 너희에게 줬으니 너희도 내게 보답해라”라는 식입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여러 어르신이 급식소 앞에 줄서있는데, 급식소 뒤로 와서 밥 달라는 분도 있고요.
여러분, 후원할 땐 좀 좋은 것으로 해주세요.
가장 좋은 것. 특상품인 것으로 후원해주세요.
내가 받아도 기분 나쁘지 않을 것, 자존심 상하지 않을 것으로 후원해주세요.
썩은 것, 못 먹는 것, 버리는 것은 삼가십시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크게 배운 것 하나는
남에게 선물할 땐, 내 형편에 조금은 과할 정도의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대 싸구려, 허접한 것은 안 준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성심성의껏, 정성을 다해 후원했던 고2 학생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후견인께서 후원한 돈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서 배달해준 것입니다.
12월 연말이 돼서 “지난 1년 동안 후견인에게 감사영상을 만들어보자”라고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하는 말에 충격 받았습니다.
“난 도움 받은 것 하나도 없는데요. 짜증나고 피곤해요. 고마운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이걸 해야 해요? 우리 엄마가 다 시킨 거에요.”라고 대답하더군요.
기가 찼습니다.
아니,,, 아이도 그렇지만 자녀교육,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이 모양까지 은혜를 모르는 것일까?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에게 고맙다고 하라는 게 아니라 후견인에게 하라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싫었던 건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가슴이 아팠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그곳은 후원을 중단했습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참 허망했고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매우 가슴이 아팠던 기억입니다. 은혜를 모르면 짐승입니다.
오늘은 작심하고 글을 남깁니다.
더 기막힌 사연이 아주 많습니다.
말하면 혈압 오르는 일들,,,
그래도 무료급식, 사랑의상자배달, 1대1수호천사는 해야죠.
이걸로 낙심할 김성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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