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

카테고리 없음 2024. 2. 21. 21:59

2010년, 안산 명성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있었습니다.
청년부 담당전도사로 사역했습니다.
청년들과 뒹굴며 아주 재밌게 사역했습니다.
교회차를 몰고 청년들과 안 간 곳이 없었습니다.
에어컨을 최대로 켜 놓고 다녔습니다.
볼일이 끝나면 마당 한복판에 삐뚤어진 채 주차했습니다.
제멋대로 주차하고선 그대로 교역자실로 쌩 가버렸습니다.
참다못한 관리집사님이 외딴 곳으로 날 불렀습니다.
“전도사님, 교회차 전도사님처럼 타면 금방 고장나요.
이것도 하나님의 성물(聖物)이잖아요.
그리고 시동 끄기 전에 에어컨은 꼭 꺼야 해요.”
교역자에게 말하기 어려웠을 텐데 얼마나 망나니 같았으면 이런 충고까지 했겠나 싶더군요.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에어컨을 켠 채 시동을 끄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차든 교회차든, 그 어떤 차를 운전하더라도 엑셀페달로 후까시 주는 법이 없습니다.
가오 잡지 않습니다.
RPM도 2,000을 넘지 않고 얌전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당시 관리집사님께 혼이 났던 게 복이 됐습니다.
무엇이든 절약하고 소중히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정신 가진 사람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생 배움을 그때 배웠습니다.
가장 오래된 후원자 중 한 분인 양봉진, 백영란 집사님의 이야기였습니다.
10년을 넘게 이어온 소중한 인연입니다.
서로 아끼는 사이가 됐습니다.
저를 사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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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카테고리 없음 2024. 2. 21. 20:04

우리동네는 3.1운동 때 대한독립만세의 외침이 등불처럼 번졌던 곳입니다.
사강, 조암, 발안 장날에 만세운동이 펼쳐졌습니다.
송산3.1공원과 제암리교회, 수촌교회도 가깝습니다.
기독교 순교지로 유명합니다. 기독교와 연관이 많은 지역입니다.
또 불교의 세도 강한 곳입니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힘을 모아 막아낸 호국사찰 대한불교조계종 봉림사와 신흥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대대적인 행사가 펼쳐집니다.
또 원불교 화성교당도 남양읍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성8경 중 하나인 남양성모성지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도로명도 “남양성지로”입니다.
우리 급식소와 남양성당이 10미터도 채 안 떨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천주교인이 이용자 중에 가장 많이 분포합니다.
식사 전 십자성호(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를 표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천주교인이 50%정도이고, 개신교인과 불교인이 그 다음을 차지합니다.
모두 웃으며 서로의 벽을 헐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참 독특한 지역에서 무료급식소를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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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모두를 이곳에서 이용하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입니다.
이제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습니다.
근데 혼자 길을 걷다 넘어졌습니다.
얼굴이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피범벅이 됐고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그래도 연신 괜찮다 괜찮다만 외쳤습니다.
병원가는 것도 완강히 거부한 채 무료급식만 이용하려 했습니다.
참다못한 우리교회 장로님께서 병원을 모시고 갔습니다.
억지로 데려가 치료해줬습니다.
남의 아픔을 그냥 모르는 채 하는 것도 죄입니다.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정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말하는 김기호장로님께 감사했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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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카테고리 없음 2024. 2. 20. 19:45

더열린교회는 상가건물 3층에 위치했습니다.
1층에는 다방, 노래방, 중고전자, 인력사무소가 있고, 윗층엔 살림집이 세 들어 삽니다.
예배 때마다 주변이 시끄러울 것입니다.
그래도 서로 이해하며 사이좋게 지냅니다.
다방 사장님은 비기독교인입니다.
우리가 이사오고 한 동안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날마다 꼬박꼬박 인사했습니다.
3년쯤 되니 부활절과 성탄절 때마다 화환을 보내오는 게 아닙니까?
한 해도 빼먹지 않고 예쁜 난을 선물합니다.
리본에 글씨까지 써서 보냅니다.
“주님의 은혜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불신자인데 이런 문구를 쓰는 게 신기합니다.
참 고마운 사장님입니다.

교회 앞건물에서 건물청소 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성실하고 꾸준하게 청소만 해왔습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침무료급식을 이용하는 부부입니다.
이런 관계를 6년쯤 이어왔습니다.
물론 불신자입니다.
근데 교회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헌금이 아닌)부조를 하는 게 아닙니까?
교회 창립주일과 성탄절 때마다 봉투를 합니다.
이들도 참 고마운 부부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남양의용소방대가 봉사해줍니다.
고마운 단체입니다.
예쁜 반장님이 한 분 있습니다.
독실한 불자입니다.
우리 동네에 신라시대 때 창건한 천년사찰 봉림사가 있습니다.
이 사찰의 보살이기도 합니다.
이분이 우리를 적극 돕습니다.
마을에서 척사대회가 열리면 성금함을 가지고 다니며 후원금을 모금합니다.
의용소방대 송년회 자리에서도 성금함을 돌리며 반강제로 모금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적극 도와주는 고마운 분입니다.

지역에 크고 작은 산업단지가 존재합니다.
규모가 큰 공장도 있고 작은 공장도 있습니다.
3년 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테슬라를 몰고 급식소 앞에 주차를 했습니다.
알고 보니 중소기업 창업주였다가 지금은 은퇴하여 명예회장으로 있는 분이었습니다.
“지역을 먹여살린 기업가”란 기사가 쓰였을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이분이 3년 전부터 우리를 돕습니다.
이분도 기독교인은 아닌 듯 합니다.

나는 종교를 넘나듭니다.
어떤 경계나 기준 혹은 특정 지역색과 영역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고집과 아집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보다 폭넓은 생각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균형있는 삶을 추구합니다.
나는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는 더불어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복음 외에 모든 걸 양보할 의향이 있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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