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

카테고리 없음 2024. 3. 22. 14:12

토요일 오전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누구의 터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무료급식도, 육아도 없는 나만의 세상이 열립니다.
설교준비란 부담도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나만을 위해 씁니다.
제일 자유하고 제일 편안합니다.

선거철입니다.
여,야 할 것없이 민생을 챙긴다고 소란입니다.
어제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어르신을 위한 주거와 식사에 신경쓰겠다 했습니다.
정부가 주 5일 점심을 제공하겠다 약속했습니다.
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주 7회 무료식사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과도한 포퓰리즘 아니냐 말하고 싶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겹치는 부분이라 아무 말도 못하겠습니다.
단지 이럴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위기의식을 갖게 됩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우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관리감독을 받는 주무관청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보조금을 삭감하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사실 예전부터 이래왔습니다.
중앙정부 혹은 지방자치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닌 사설로 운영하기에 가지치기가 쉬울 테죠.
그래서 항상 노심초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해왔습니다.
지시하는 대로 잘 따랐으며, 관공서와 좋은 유대감으로 소통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문제는 내 마음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방문객이 하루평균 2~30명 정도가 됩니다.
근데 어제는 갑자기 500명이 됐습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습니다.
타고 온 검색어가 “손흥민, 무료급식” 이런 것이었습니다.
전에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 글이 우연히 상단에 검색됐나 봅니다.
실상은 어떤 유튜버 때문에 이슈화가 된 건데,
손흥민이 영국에서 무료급식소를 열었다는 확인되지 않는 가짜뉴스를 만든 것입니다.
어쨌든 이럴 때마다 예민해집니다. 사회이슈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항상 마음이 불안합니다.
무료급식을 하면서 한번도 마음 편했던 적이 없습니다.
항상 조마조마 했습니다.
“당장 지원이 끊기면 어떡하지?
후원이 작게 들어오면 어떡하지?
과연 이번 달 월세와 전기세는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주님이 준 평강으로 다시 새 힘을 얻습니다.

우리는 무료급식만 하고 있지 않습니다.
위기가정을 위해서도, 노인일자리를 위해서도, 소외청소년과 결손아동을 위해서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바자회도 열어서 사회를 위해 헌납합니다.
시선이 우리나라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바라봅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서도 돕습니다.
여타의 NGO단체가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항상 앞을 내다보며 지금의 위기를 타파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무료급식을 책임질 테니 만나무료급식소는 손떼십시오.”라고 말해도
기필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야 말 것입니다.
찾아오는 사람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할 수 없다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찾아가 식사를 전달하는 일로 전환하겠습니다.
새로운 일을 재빨리 발굴하겠습니다.
단체정관도 미리미리 바꾸겠습니다.
항상 앞날을 내다보겠습니다.
발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지역사회 너머 세계와 인류를 직시하겠습니다.
이래서 내 머리는 항상 복잡합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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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교회와 무료급식을 시작한 지 11년이 됐습니다.
세월 참 빠릅니다.
여기 와서 복 많이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핫한 곳,
인구유입이 활발한 곳,
평균연령이 낮은 곳,
현대기아차연구소가 있는 엘리트 지역,
외국인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는 글로벌한 곳,
지금도 무섭게 변화하는 곳에서 즐겁게 사역했습니다.
좋은 건물주와 이웃을 만나 재밌고 신나게 사역했습니다.
원래 이곳은 대대로 교회자리였고, 눈물의 기도가 고스란히 녹아져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도 두 개의 교회가 터를 잡았습니다.
나갈 때도 다 잘돼서 이전했습니다.
한 교회는 부흥해서 종교부지를 구입해서 나갔고,
또 다른 교회도 건축해서 나갔습니다.
건물주가 교회에만 세를 주길 원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나갈 때가 됐습니다.
교회 부지를 구입했고, 건축도 앞두고 있습니다.
무료급식소도 “타의(他意)에 의해” 이전해야 할 상황입니다.
일사천리로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특별히 무료급식은 우리 교회의 주 사역이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서 옮겨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철저한 기준과 조건을 세웠습니다.
1. 기존의 이용자들이 변함없이 애용할 수 있는 곳,
2. 교통편이 좋은 곳(버스 정류장),
3.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소외계층이 많이 사는 곳(LH아파트 부근),
4. 관공서의 기준에 부합하는 곳.
이 모든 기준에 합당한 곳을 찾아다녔고 결국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급식소도, 교회도 동시에 이전하게 됐습니다.
교회 공동회의를 마쳤고, 단체 이사들과도 합의를 봤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장소를 빼려고 합니다.

혹시 교회이전이나 개척을 알아보는 교역자나 신학생이 있으면 우리가 있던 곳을 추천합니다.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5Km 떨어진 곳으로 떠납니다.
목회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겁니다.
동시에 현재 무료급식소 장소도 비워야 하고요.
입지가 좋아서 어떤 업종이 들어와도 좋을 것입니다.
특히 인력사무소가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주위에 홍보 부탁드립니다.
더 큰 미래를 향한 날개를 활짝 펴서 비상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앞으로 전진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010-4258-6689 김성민 목사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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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곡해

카테고리 없음 2024. 3. 20. 15:32

아주 가끔씩 매스컴 출연 제안을 받습니다.
특히 사회가 어려울 때, 경제가 힘들 때, 겨울철이 다가올 때 제안 횟수가 많아집니다.
예전엔 TV에 나오는 걸 꺼렸습니다.
담당 작가가 전화하면 일부러 피했고 거절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랬더니 그때부터 제안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한 달 전에도 TV조선에서 취재오기로 했는데 내부사정으로 취소됐습니다.
JTBC에서 무료급식소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너무 순진했고 착각했던 게 있습니다.
약속 당일 카메라와 마이크만 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리포터의 위치와 구조, 심지어 대본까지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 내방했습니다.
질문까지 달달 외우고 왔습니다.
기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똑똑해야 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메인뉴스 2~3분을 채우기 위해 많은 사람의 수고와 땀이 들어갔음을 깨달았습니다.
취재 중 이용자에게 질문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밖에서 줄 서 있는 이용자 중 한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선생님, 여기 자주 이용하세요?”
“네, 매일 합니다.”
“무료급식소 밥 맛있나요?”
“그럼요. 맛있습니다. 집밥처럼 맛있게 잘 나와요.”
“만약 여기가 문을 닫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굶어야죠. 굶을 수밖에 없어요.”
모든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실제로 이대로 방송이 송출됐습니다.
그날 저녁 이 뉴스에 댓글이 달렸습니다.
긍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무료급식소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무료급식소가 문닫으면 ‘굶어야죠’라고 대답하는 게 맞나? 어떻게 그렇게 쉽게 대답할 수 있나? 정신상태가 안됐다. 분명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이지 “세상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 또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은 갑자기 뇌출혈이 와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손도 말려있고, 걷는 것도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
조금만 추워도 혈액순환이 안돼 마비된 손을 주물러줘야 하는 사람,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사람임을 내가 증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단지 말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기에 인터뷰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묻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을 겁니다. 결코 생각없이 답한 게 아닙니다.
NG도 났고 연습도 했습니다.
과연 이 모든 내막을 알았어도 그렇게 댓글을 달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듭니다.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호의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며 비관적인 사람도 존재합니다.
아무리 선행을 해도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오해하고 왜곡하고 곡해하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그런 시선으로 봅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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