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빴습니다.
무료급식을 시작하려면 내 손을 거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봉사자 관리, 방송시스템, 당일 메뉴체크 등.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출근을 꼭 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는 시간도, 출근할 수 있는 회사도 있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도 무료급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내가 단란한 가정을 꾸밀 수 있는 것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받은 은혜가 커서 세상을 향해 다시 베풀고자 합니다.
특히 불쌍한 사람들, 돈 벌러 대한민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관심이 쏠립니다.
이번에 화성시에서 범국가적인 대형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그냥 지나쳐도 될 텐데 마음 한 켠이 굉장한 쓰려왔습니다.
중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외국인의 희생이 컸다"는 뉴스를 접하고 무작정 사고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동안 무슨 핑계가 그렇게 많았는지 태안 유조선 기름유출 때도, 이태원이나 팽목항에도 못 가봤던 게 천추의 한으로 남았습니다.
이번이야말로 직접 가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먹고, 입고, 잠 잘 수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 죽은 자에 대한 추모의 개념으로 찾아간 것입니다.
누구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돈 벌기 위해 이 땅을 밟은 외국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곳에서 떠난 이와 남아있는 유족을 위해 기도하고 왔습니다.
결혼식장도, 장례식장도 가는 데 여기라고 못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며칠 전, "하남시로 이사 간 여자 이야기"를 글로 적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목사님, 라면 두 박스 보내겠습니다.”
“목사님, 저도 도울 방법을 알려주세요.”
“50만원 보냅니다. 목사님이 알아서 써주세요.”
50만원을 받고 고민했습니다.
현금으로 주자니 성의가 없는 것 같아 시간을 쪼개 찾아갔습니다.
모든 상황을 면밀히 보고와서 꼭 필요한 걸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어렵게 살고 있더군요. 눈물 나게 살고 있더라고요.
날 보더니 처음엔 반겨주더니 서러워서 막 울어댔습니다.
병원을 제집처럼 다녔습니다.
그래서 당장 급한대로 병원비에 쓰라며 20만원을 손에 쥐어줬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홈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신선식품 30만원어치를 주문해줬습니다.
30만원이 많은 돈 같았지만 물가가 워낙 비싸 별로 살 수 없더군요. 그래도 잘 전달해주고 왔습니다.
“뭐 필요한 것 없어요?” 물으니
“근처에 무료수영장이 있어요. 6세 아들, 공룡수영복을 사주고 싶어요”
이것도 주문해주고 왔습니다.
--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헌혈을 하고 왔습니다.
바쁜 하루가 갔네요.
평일 점심 무료급식은 계속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침, 저녁은 못 하고 있었죠.
이전하느라 중단했던 아침, 저녁 무료급식을 한 달만에 다시 시작합니다.
7월 1일부터 삼시세끼 무료급식을 재시작합니다.
신발끈을 질끈 동이고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 #라온트리 #화성시청점 #유영옥 사장님께서 그동안 매장에 설치했던 #만나무료급식소 #성금함 을 주셨습니다.
아주 꽉꽉 채워 후원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지난 주, 후원자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고마운 사람이라 꼭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하객을 맞이하느라 정신없었을 텐데 그 와중에도 나를 챙겼습니다.
그 마음이 또 고마웠습니다.
어디서 대접받는 게 익숙지 않습니다.
시선이 집중되는 걸 못 참겠습니다.
내가 뭐라고 박수갈채를 받습니까?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걸요.
그러나 이런 사람을 사랑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떤 단체든 회장이 바뀌면 그동안 후원해왔던 봉사처는 끊어지는 게 당연한 순리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열심히 도와주는 후원단체나 후원기업이 있으면
속으로 “언젠간 이별하겠구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안 그러면 괴로워서 못 견딥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를 도와주는 대부분의 단체는 몇 년이 흘러도, 회장이 바뀌어도 계속 사랑을 주는 게 아닙니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무한한 사랑을 쏟아붓습니다.
무엇으로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한 개인 때문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감동하고 감격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우리 평생가요.
목사님, 우리 그냥 가는 데까지 가봅시다.
목사님, 이제 만나무료급식소는 우리와 한 공동체가 됐어요.”
이렇게 말해주는 단체, 교회, 기업이 존재합니다.
“목사님, 내 성격이 아무도 모르게 잠수타는 거에요. 어느 날 갑자기 저와 연락 끊어지면 그땐 찾지마세요.”
이렇게 말해 놓고선 5년째 전폭적인 후원을 하는 후원자도 있고,
“목사님, 여기는 다른 곳과 달라요. 이곳 급식소는 막 퍼주고 싶어요. 여기만 오면 힐링받고 가요. 신나고 재밌고 즐거워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에겐 이들 모두가 과분한 사람들입니다.
그저 감사뿐이고 은혜뿐입니다.
후원자,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있어 오늘도 행복했습니다.
--
사람이란 앉았다 일어난 곳이 깨끗해야함을 익히 배웠습니다.
이전하기 전 급식장소를 청소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