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4.03.25 뒷자리

뒷자리

카테고리 없음 2024. 3. 25. 23:34

가끔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합니다.
쇼핑을 마치면 주차한 곳까지 카트를 끌고 가 트렁크에 짐을 싣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빈 카트는 제자리에 놓고옵니다.
놓고 올 때도 과격하게 휙 처박지않고 카트보관소에 곱게 집어넣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게 있습니다.
식당에 가서 밥 먹을 때 조용히 먹기.
서빙하는 어른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내가 앉았던 의자를 직접 집어넣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배운 게 있습니다.
“사람은 앉았다 일어난 곳이 깨끗해야 한다. 뒤가 구려서는 안 된다. 끝맺음을 잘 하고, 명확히 해라”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내가 머물렀던 곳을 살펴야 했습니다.
형편상 그렇지 못해도 마음 속 깊은 데는 “은혜갚음”에 대한 강박이 있어야 함을 익히 배웠습니다.

40년 전, 강원도 철원에서 살았습니다.
교회 장로님께 10만원을 빌렸습니다.
잃어버렸다가 갑자기 꿈에서 생각났습니다.
그 즉시 철원으로 달려가 갚고 온 사람이 우리 부모님입니다.

하던 사업이 망하면 살던 곳에서 야반도주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 세상엔 더 뻔뻔하고 낯짝 두꺼운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동네를 떠도 내가 저지른 일은 깨끗이 처리한 다음 뜨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던 분이 우리 부모님입니다.
이것을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상관없습니다.
우리 가족끼리 나눈 대화는 사실이니까요.
“여보, 우리는 빚 다 갚은다음 이사갑시다. 여러 사람에게 축복받으며 떳떳하게 갑시다. 그때 비로써 아들이 있는 교회로 갑시다.”

지역에서 함께 사역하던 목사님이 있습니다.
사정상 교회를 이전해야 했습니다.
기존의 땅을 급히 처분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성전으로 이전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교회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단 교회가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이단에게는 넘기지 않겠다.”
그때부터 주사랑교회 정명범 목사님을 달리봤습니다.

우리 교회도, 무료급식소도 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11년 전 들어올 때, 먼저 있던 사장님께 시설비(권리금)를 주고 들어왔습니다.
현재까지 건물에 들어간 인테리어비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다 안 받으려 합니다.
괜히 받았다가 이상한 소문에 휩싸일까봐 그냥 깨끗하고 원만하게 처리하려는 마음입니다.
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교회에서 권리금이 웬말입니까?
좁은 지역에서 언제 나도 날 소문입니다.
소문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배운 대로 행동하려는 겁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내가 앉았다 일어난 곳이 깨끗하길,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이나 교회가 더 부흥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