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이라고 인생의 낙오자가 아닙니다.
그냥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과거에 사회적 여건이 안 좋았을 수도,
개인적 판단미스(miss)나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 우리의 이웃임은 틀림없습니다.
왕년에 잘 나갔던 사람들,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됐고 아쉬울 것 없던 사람들입니다.
가끔 모(母)교회 소식을 듣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장로님, 권사님의 모습이 있고, 나이 들어 지금의 장로님, 권사님의 모습이 있습니다.
어렸을 땐 어른들이 왜 이리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근엄했고 대단해보였습니다. 말도 함부로 못 걸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때의 모습은 간데없고
뼈만 앙상한 야윈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세월에 장사 없습니다.
나도 성장했으니 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요.
우리 아버지는 자존심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힘이 없어 보일 때가 많습니다.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깨가 축 쳐져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보호자가 점차 아버지에서 아들로 옮겨가는 느낌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나도 그러겠죠?
그런 세월에 발악하지 않고 수긍하며 살겠습니다.
우리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렇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대로,
시간이 가는 대로 그렇게 살다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급식소 사람들입니다.
여러분과 나도 똑같은 전처를 밟을 겁니다.
그러니 더이상 이상한 눈으로, 곁눈으로 보지 말아주십시오.
급식소를 이용한다고, 돈이 없다고 눈총 줄 필요 없습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나지 않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위에서 군림하고 조정하고 갑질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돈보다 귀하고 소중합니다.
절대 돈이 다가 아닙니다.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이 반평생 죽어라 일해 모은 8,100억원을 모두 기부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하루 흰쌀밥 두 그릇이면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지요?
나도 이렇게 살고싶어졌습니다.
돈도, 명예도 필요 없이
이 사회를 섬기고 베풀다가 떠나고 싶습니다.
한 알의 밀알처럼,
잠깐 스쳐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죽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