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 봉사자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팔 걷어붙이고 투입됐었죠.
한바탕 일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사무실에서 사무 보는 일도, 필드에서 음식 만드는 일도, 전천후 만능이 되어 갑니다.
어떤 일도 가리지 않은 채 신나게 일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있을 때와 필드에서 일 할 때가 다릅니다.
곱상하게 의자에 앉아 일할 땐 마음이 관대해집니다. 너그러워집니다. 그러려니 하고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몸 부대끼며 일할 땐 괜히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무질서와 무절략 등, 안 봐도 될 걸 보게 됩니다.
그것을 묵인할 수 없어 뭐라 한마디 하게 되고, 이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언짢습니다.
일할 때만큼은 빈틈없이 하려는 경향을 소유했습니다.
주도면밀하고 까다롭게 일처리를 하고자합니다.
만약 이렇지 않을 땐 공든 탑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가 나를 옥죄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고, 욕도 많이 먹습니다.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시행착오나 실수를 줄이고 싶습니다.
우리를 응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힘과 용기와 후원과 기도를 베푸는 사람이 많습니다.
설거지하다가 잠시 밖을 나와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차들을 멍하게 바라보며 사색에 빠졌습니다.
"사지 멀쩡한 사람인데 경제활동은 안 한 채, 인생 전체를 무료급식에 매달린다는 게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산성이 없이 무의미한 일에 시간을 빼앗기는 건 아닌가"라고까지 했던 사색이었습니다.
아무튼 매우 복잡한 심경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공장에서 일하고, 돈을 벌어서 가정을 먹여 살려야 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 나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게 신기하고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매우 어렵게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한편 우리를 믿고 후원해준 후원자 덕분에 내가 살아간다는 걸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끈임없이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인생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료급식소 같이 퍼주기만 하는 곳은 빨리 없어져야 돼. 나도 먹고 살기 힘든데 자꾸 퍼주기만 하니... 대한민국이 공산주의야, 사회주의야. 너희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놀고먹으려고만 하는거 아니겠어? 빨리 문 닫게 만들어야 해.”
일리가 있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얼마 전, 인감증명서로 도와준 회원들에게 이전에 대한 진행경과와 결과를 보내드렸습니다.
그곳엔 단체 연혁도 있었는데요.
우리가 걸어온 길을 쭉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료급식만 했던 게 아니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도우며 국위선양에 앞장섰고, 위기가정을 찾아가 생명을 살렸으며,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공조해왔습니다.
태풍으로 위기에 처한 지방을 도왔고, 결손아동 및 소외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습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정관도 바꾼 상태입니다.
결코 퍼주기만 했던 곳이 아니라 지역과 나라와 민족과 세계평화에 앞장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유일의 무료급식소가 돼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급식소를 바라보지 마십시오.
이 일을 계속 하다보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을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필연적으로 만납니다.
그 사람을 돕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직면에 처하게 됩니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회공적비용을 낮춰주는 일을 해왔고,
사회기회비용에는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단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앞만보며 달려왔습니다.
무료급식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 수많은 봉사자, 후원자, 이용자를 생각할 때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는 걸 간과하지 말아주십시오.
세상적인 안목에서 볼 때 나는 실업자가 맞을 수 있겠지만, 보다 의미있고 진취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네요.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회정원사 같은 사람입니다.
우연히 GoodTV를 보게 됐습니다.
노년의 권사님 한 분이 평생 모은 재산을 GoodTV 방송장비를 구입하는데 쓰라며 후원했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우리도 이런 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평생 모은 재산을 우리 단체에 후원하고 하나님 나라에 입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비영리사단법인)더불어사는우리/만나무료급식소"는 지역과 나라와 민족과 세계평화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건전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