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오래 살지 않았지만 지금껏 살면서 배운 것는 “사람은 변함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지혜도, 배경도, 재산도 없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꾸준함으로 승부 봐야 합니다.
김성민이란 인생을 성실로 이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것을 심겨주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얼마 전,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실시한 다면적 인성검사 MMPI-2를 받았습니다.
“사회적 규칙과 규범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성향이며, 무리하면 병이 오듯, 심리적으로 경직돼있어 신체적으로 병이 올 수 있다”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자주 아픈 이유가 있었습니다.
신경쓰지 않을 일도 골똘히 해치우려 하니 잔병에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살면서 희열을 느끼는 건,
누가 보던, 보지 않던 내가 걸어가는 길을 묵묵히 걸어갔을 때 옆에서 누가 인정해줄 때입니다.
“김성민, 너는 인정한다.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너는 딴짓하지 않을 사람이란 걸 믿어.
내가 후원하는 건 목사님 때문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세상 다 가진 기분입니다.
명절 전,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에도, 가서도 노심초사였습니다. 즐기지도 못했습니다.
무료급식소 일이란 조금의 빈틈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후원자와의 통화, 교회사역 등 모든 게 일의 연장선입니다.
하루 24시간이 일이고, 일 자체가 내 삶입니다.
여행기간 중 기업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대표님, 후원물품이 있는데 지금밖에 시간이 없어 오늘 4시쯤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스탠바이 하고 있어야 합니다. 5분대기조로 일합니다. 휴대폰 스케줄을 보면 빽빽합니다. 컴퓨터 모니터는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됐습니다.
그래도 내 삶이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적성에 맞습니다.
그러니까 하는 것 아니겠어요?
지지난 주 금요일, 급식소에서 행사가 있었습니다. 나름 큰 행사였습니다.
그날따라 봉사자가 부족했습니다.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습니다.
구슬땀 비지땀, 땀이란 땀은 다 흘렸습니다.
온 몸이 흠뻑 졌었습니다.
무료급식을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밀려오는 이용자들을 컨트롤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신이 훅 나갔습니다.
이때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고군분투 하는 내 모습을 계속 바라봤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그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나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봐, 결혼했어?”
“왜요?”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잖아. 욕심도 나고”
“애가 둘입니다.”
“아이쿠 어떡하나... 사실은 우리 집에 시집 못간 딸이 있어,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애는 좋거든, 결혼 안 했으면 소개시켜주려고 했지”
나를 좋게 봐줘서 고맙고, 젊게 봐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이 날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엄청 웃어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