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틀림없이 나타나는...”
우리들의 어르신,
오늘 식사 준비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데 홀에서 지켜만 보시던 우리 어르신들께서 친히 나서서 저희를 도와주신 게 아닙니까. 왕년에 횟집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김치를 횟떠 주시고, 서빙도 봐주시는 등, 손 발 다 걷어 붙이고 얼마나 내 일같이 도와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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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해 보니 급식소 대문 손잡이에 맛있는 호두과자가 걸려있는 게 아닙니까. 어느 분께서 갔다 놨다는 말씀도 없으신 호두과자.
어쩔 수 없이 그냥 고마움 마음만 가지고 오늘 어르신들에게 골고루 나눠드렸습니다.
이처럼 가끔 저희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후원물품을 두고 가시는 분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저희로선 굉장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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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쓰레기가 많이 배출됩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기가 참 부담되더라고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정으로는 쓰레기봉투를 구입할 여력이 조금 부족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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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무료급식소에 매일같이 아침, 점심, 저녁식사를 하시러 오시는 노숙자가 몇 분 계십니다. 이분들은 집도 없어 찜질방에서 하루하루를 때우시고, 일이 있는 날에는 하고, 없는 날에는 차디찬 추운 거리의 벤치에서 힘껏 움츠리고는 몇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죠. 참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봤을 때, 이분들 일을 나가는 날보다 나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은 분입니다.
사실 저희가 존재하는 게 이런 분들 대접하라고 있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분이 찾아오시면 다른 분보다 더 극진히 환대합니다.
“어서오세요. 날씨 참 춥죠, 여기 따뜻한 커피 드세요.”라는 식으로 말을 걸어주고 있죠.
솔직히 우리 급식소에 오시는 분들이 모두 어려운 분만 계신 게 아닙니다. 그러나 소수의 넉넉하신 분들이 오신다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혜자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무료급식소의 도움이 꼭 필요한, 한 끼를 어디가서도 채울 수 없는 분이 단 한 명만 있더라도 우리는 그 한 분 때문에 무료급식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굉장한 보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대접하는 게 기분이 더 좋더라구요. 참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