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카테고리 없음 2024. 10. 14. 13:28

이모부의 직업은 목수였습니다.
가끔 공사장을 따라다니며 데모도를 했습니다.
숙련공 옆에서 거드는 일(시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일머리가 있어야 하고, 눈치도 빨라야 합니다.
이모부는 사다리(아시바)에 올라가 천장에서 일하고
나는 밑에서 연장을 집어줬습니다.
길이에 맞게 각고목을 재단하는 일도 했습니다.
규격에 맞게 자르려면 기준이 되는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정확히 잰 나무를 대고 계속 재단해 나갑니다.
그래서 처음 잰 나무를 잃어버리면 큰일납니다.

처음 일을 배울 때 일입니다.
그날도 전기톱으로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기준 되는 나무를 계속 썼어야 됐지만,
귀찮은 나머지 잘라낸 나무를 다시 기준점으로 잡은 다음 재단하고,
또 잘라낸 나무를 기준점으로 잡고 재단해버렸습니다.
난 이렇게 해도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결국 모두 길이가 안 맞아 쓸모없게 됐습니다.
나 때문에 손해가 막심했습니다.

점심 무료급식 시작시간은 오전 11시입니다.
1분, 1초도 어기지 않습니다.
나는 시간에 대한 각박증이 있습니다.
병리학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내 안에서 시간과 끊임없는 사투를 벌입니다
내 자신도, 상대방도 시간을 어기면 괜히 화가 납니다.
계획된 일을 시간 안에 마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강박증세입니다. 꼭 정신병자 같습니다.
시간, 약속, 숙제, 스케줄, 후원자와의 미팅 같은 걸 굉장히 소중히 다룹니다.
시간이란 게 한번 어기는 건 쉽지만 나중에 그것을 회복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아니면 때에 따라 식사시간을 달리하면 혼선이 올 게 분명합니다. 규칙과 질서가 무너질 겁니다.
신뢰와 신용과 믿음과 안심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후원자, 당신에게 심어주고 있습니다.
나를 채찍질해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후원자와의 약속은 하늘이 두 쪽 난다 해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난 당신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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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도시락도 만듭니다. 매일 만듭니다.
따라서 일회용 도시락용기도 무시 못하게 소비되는 실정입니다.
정기적으로 구입해야 합니다.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아내가 살듯 안 살듯,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고민합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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