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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땡

카테고리 없음 2024. 4. 5. 15:06

유권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권리행사를 하고 왔습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한 표가 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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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10번씩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 있습니다.
“식사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반찬 더 달라고 하세요.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끊임없이, 계속, 말하고 또 말합니다.
나뿐 아니라 모든 봉사자가 돌아가며 묻고 또 묻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이용자는 똑같은 말을 30번 이상 듣는 셈입니다.
일반식당에서 이러면 “굉장히 친절한 식당이네”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료급식을 대접하는 게 봉사자에겐 당연한 의무이고,
이용자에겐 당연한 권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나무료급식소에서는 그냥 자연스런 일상입니다.  
서로 부담주는 일도, 받는 일도 없습니다.

퇴근하면 아이들과 놀아줍니다.
거실에서 간지럼을 피며 뒹굽니다.
그러면 온 동네가 떠나가라 웃어댑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립니다.
모르는 전화번호 혹은 후원자의 전화번호가 뜹니다.
그러면 일순간 집안이 조용해집니다. 정적이 흐릅니다.
아빠가 통화를 마칠 때까지 쥐 죽은 듯이 있습니다.
마치 전통놀이 “술래잡기, 얼음땡”처럼 몸이 굳어버립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습니다.
많은 훈련과 경험(폭력)을 통해 터득한 것입니다.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벨이 울리면
주방에서 대파를 썰던 엄마가 아이들이 있는 거실쪽으로 몸을 던집니다.
야구선수 전준호 선수처럼 아슬아슬하게 슬라이딩 세이프를 시도합니다.
아이들 등짝에 스매싱을 후려갈깁니다.
볼기짝에 나이스캐치를 합니다.
드디어 도루에 성공한 것입니다.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봤던 조인성의 주먹울음과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아이들은 웃음과 고통이 공존하는 감정 속에서 입을 틀어막느라 고생합니다.
아직 6세와 8세가 감당하기엔 벅찬 줄 알지만 뭐 어떡하겠어요?
아빠가 후원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온 가족이 내재화된 상태입니다.
아이들 머릿속에 칩셋이 심겨졌습니다.
“후원자, 이용자, 봉사자, 교회성도, 이웃 어른”
이런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규격화를 마친 가족입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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