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ego)를 잘 모릅니다. 객관적이고 완전한 자아를 볼 수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협된 김성민만 바라볼 뿐입니다.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내 모습만 내 눈에 들어옵니다.
타인이 날 보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뿐입니다.
내 모습을 완벽하게 볼 수 없고 왜곡된 모습만 봅니다.
그래서 때때로 착각합니다. 내가 뭐가 된 냥 분수를 모를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분수에 맞게 처신해야 하는데 말이죠.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입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요.
이제부터 나도 내 분수를 알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것만을 위해 2년 동안 달려왔습니다.
나뿐 아니라 가족과 교회성도들까지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교수님이 애 많이 써주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좌절됐습니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이 가슴에 확 다가옵니다.
나는 망둥어였고, 송충이였고, 뱁새였는데 분수도 모르고 숭어와 황새가 될 것을 꿈꿨습니다.
섬기고 있는 더열린교회 입장에서도 그동안 소원하고 바랬던 일이 무산됐습니다.
많이 낙심됐지만 빨리 툴툴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려 합니다.
다시 앞만 보고 힘차게 달려가려 합니다.
그동안 가슴 설레며 흥분하고 기다렸던 시간들이 꿈만 같습니다.
마치 18세 소년이 된 것처럼 긴장했던 순간순간들.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처럼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간,
가슴 쪼여 들었던 설렘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회도 회한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내 나이 47세에 도전해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추억이 됐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무심한 척 세심하게 애정을 쏟아 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