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母)교회에서는 한 명 전도할 때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줬습니다.
10명 전도하면 대형 메달로 바꿔줬습니다.
그게 몹시 갖고 싶었습니다.
그날부터 동네 친구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맛있는 걸 사줬습니다.
PC수리점을 운영했는데, 그곳을 아지트 삼아 매일 맛있는 걸 사먹였습니다.
불신자를 설득시켜 교회로 인도했습니다.
간혹 말 안 듣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분명 주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장소에 안 나옵니다.
그럼 집까지 쫓아가 자고 있는 친구를 억지로 깨워 데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르고 달래서 약 20명을 등록시켰습니다.
꿈에 그리던 대형 메달을 두 개나 받았습니다.
당시 전도에 미쳐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도의 먹잇감으로 생각했습니다.
돈도 개인적으로 100만원이상 썼습니다.
메달에만 사활을 걸었고, 메달이 인생의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메달 뿐 아니라 리더십도 자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때 키운 리더십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는 기술이 됐습니다.

만나무료급식소는 정기봉사자와 일일봉사자가 함께 힘을 모아 일하는 곳입니다.
정기봉사자는 5~12년 동안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이고,
일일봉사자는 봉사사이트에서 신청한 다음 당일만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나를 포함한 정기봉사자는 일일봉사자가 오면 일거리를 양보합니다.
봉사에 관한 보람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입니다.
그래서 일일봉사자가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전날부터 정기봉사자는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깔아놓습니다.
사실 일이 서툰 일일봉사자보다 정기봉사자끼리 하는 게 쉽고 빠르겠죠.
그러나 우리는 봉사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마음과 기쁜 마음을 품고 돌아갈 수 있도록 그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그들을 돕는 것입니다.
이 모든 걸 신경쓰는 사람이 대표이고, 진두지휘하는 사람도 대표입니다.
저절로 리더십이 안 생길 수 없겠죠.
많을 땐 20명의 봉사자를 곳곳에 배치,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이용자들까지 합치면 하루에 170명은 족히 내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셈입니다.
최소한 만나무료급식소의 운영, 관리 측면에서는 박사학위를 받을 만 합니다.
별 탈 없이 10년 이상을 이끌고 왔으니까요.

개척하고 돈이 궁해졌습니다. 돈이 씨가 말랐습니다.
할 수 없이 이중직을 했습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컴퓨터 강사를 했습니다.
때론 컴퓨터수리도 하며 목회와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가끔 모(母)교회인 사강감리교회 김길수 담임목사님이 불렀습니다.
컴퓨터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고장나면 꼭 나를 불렀습니다.
그러면 모든 걸 제쳐놓고 한걸음에 달려가 정성껏 수리했습니다.
그리고 돌아갈 때쯤 되면 목사님은 지갑에서 5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주셨습니다.
안 주셔도 되지만 꼭 챙겨주셨습니다.
그 돈으로 교회차 기름도 넣었고, 아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사 줄 수 있었습니다.

교회 방송실장으로 섬겼습니다.
수요일마다 장로님들이 돌아가며 설교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해드렸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것입니다.
다른 장로님은 그냥 넘어갔지만 고(故) 심창섭장로님만 용돈을 주셨습니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꼭 존댓말을 하며 “설교나 기도할 때 녹음해줘서 고마워요”라며 1만원을 주곤 했습니다.
25년이 지났는데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좋은 리더는 돈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돈을 써야 할 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 같이 어려운 목회자가 방문했을 때 주셨던 그 돈이 하나님이 준 선물로 여겨졌고 정말 소중히 쓰였다는 점을 밝히는 바입니다.
돈 한 푼이 아쉬울 때 생겼던 돈이라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습니다.

큰 목회, 큰 사역, 큰 사람들은 항상 지갑이 두둑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나도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닙니다.
내가 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베풀고 싶습니다.
어려운 목회자, 소외계층, 취약계층을 만나면 언제든 꺼내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돈에 대해 투명한 사람이라는 지금의 명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되 주위를 돌아보며 어려운 사람을 결코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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