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

카테고리 없음 2022. 7. 23. 23:20

우리에게 후원하는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원자 한 분, 한 분을 기억속에 담으려 애씁니다.
자꾸 되새깁니다.
감사하고 감사하며 또 감사합니다.
얼마나 교양있고 겸손하며 배려심 넘치는지 모릅니다.
어떤 후원자가 있는데 이분이
"젊었을 땐 돈 벌려고 모든 에너지를 쏟았지만, 지금은 그 돈으로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봉사도, 후원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후원자가 한두 명이 아닙니다.
자신의 선행을 나타내지 않으려는 사람,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결손아동을 도와주라며 돈을 부치는 사람,
바자회에 쓰라며 집안에 쓸만한 물건을 챙겨주는 사람,
급식소 운영하는데 힘들겠다며 봉사자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는 사람,
사모가 더 고생한다며 위로하는 사람,
십시일반 우리가 돕자며 단체로 움직이는 까페 회원,
이 사람들을 생각할 때 눈물이 저절로 나옵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절대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한편, 우리가 돕는 사람들을 보면 후원자와 정반대의 성품을 가졌습니다.
피해의식 때문에 모든 말에 공격적인 사람,
우리의 선행에 오해하는 사람,
말끝마다 톡톡 쐬붙이는 사람,
무료로 나눠주면 "왜 더 안 주냐"며 적반하장인 사람,
뒷사람 생각하지 않고 무료냉장고에 들어있는 물품을 한번에 몽땅 가져가는 사람,
배려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매일 살 맞대며 지냅니다.
후원자와 이용자, 이 중간에서 굉장한 괴리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꾹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쪽 눈 감고, 봐도 못 본 척 지냅니다.

어제는 무료나눔냉장고에서 물건을 잔뜩 가져가는 사람을 붙잡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가져가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하나씩만 가져가야죠."
이랬더니
"아니 만들어놓칠 말던가.
에이 내가 더러워서 안 가져가"
이러면서 갑자기 손에 쥔 음식들을 바닥에 팽개치더군요.
슬펐습니다. 내가 뭐하는 건가 싶었고,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화 한 번을 안 냈습니다.
이 사람 만나기 전에 침을 꿀꺽 삼기고 다짐한 게 있었거든요.
"성민아, 무조건 참아야 된다. 네가 참아라, 져줘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혈기부리지 마라"
이러고 심호흡 한 다음 만났습니다.

배려심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실 불쌍한 사람임은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모함 들어도 끝까지 베풀겠습니다.
저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학창시절 우영우는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꾹 참습니다.
쉬는 시간은 교무실로, 점심시간은 수위실로 피신합니다.
나중에 변호사가 된 우영우, 실력자 우영우가 사랑스럽습니다.

오늘도 그냥 참았습니다. 계속 참았습니다.
어떤 땐 혈기와 화가 버럭 생길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또다시 회개하고 다시 참아보겠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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