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양수가 터져 토요일 저녁에 극적으로 출산을 하고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아내는 병원에서, 첫째 유주는 집에서 지냈습니다.
저는 양쪽을 오가며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유주가 또 열이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도 토요일 저녁부터 말입니다.
엄마는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저 혼자 유주의 동태를 밤새 보살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히 밤을 꼬박 지새웠죠. 주말이라 병원 문 연 곳도 없더군요. 할 수 없이 한 시간마다 알람을 켜놓고 열을 재고, 또 물수건으로 온 몸을 연신 닦아주는 등, 열을 내리기 위한 사투로 온 밤을 보냈습니다. 한마디로 비상상태였습니다. 사실 우리 아내가 옆에 같이 있었다면 둘이 번갈아가며 간호했을텐데 상황이 상황인만큼 그러지 못하고 저 혼자 애타는 심정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호를 한 것입니다. 다음 날에 주일예배 설교를 해야하는 목사로서 컨디션 난조가 있어선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아침까지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안산에 있는 소아과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유주를 뒤에 태우고 울면서 간 것 같습니다. 서둘러 출발한 것 같은데 병원에 도착해보니 대기번호 19번, 예배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정말 가슴이 쪼여오더군요. 간신히 예배 전에 도착할 것 같아 전도사님께 찬양인도를 부탁드렸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유주를 진찰하더니 요즘 유행하는 편도염이라고 하더라고요.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떨어지다가도 3시간 후 다시 40도 가까이 오르는 걸 반복하는 병이라는 겁니다. 약국에서 약을 타고는 연신 엑셀레이터를 밟아 예배시작 10분 전까지 간신히 도착한 것입니다.
솔직히 예배도 비몽사몽 어떻게 인도했는지 모를지경이었습니다.

지금은 주일 밤인데 또 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늘 밤도 유심히 지켜봐야겠군요. 아무래도 이런 상태면 내일은 어린이집을 못 갈 것 같은데요.

저는 어찌보면 설교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질타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가정보다 교회사역이 먼저인 사람입니다. 이걸 너무나 잘 아는 우리 아내는 토요일만 돼도 저의 심기를 건딜지 않으려 부단히 조심하는 성격입니다. 설교 때문에 제가 예민해지는 걸 미리 알기 때문이죠.

다른 목사님들은 설교준비를 쉽게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설교준비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매번 심혈을 기울여야 한편의 설교가 완성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수고가 뼈를 녹게할 정도입니다.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내려치면 떡하고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정말 피를 말리죠.

우리 아내는 농담삼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 지금 하는 게 너무 많아요. 이러다 건강 헤치겠어요. 그러니 우리 목회하는 것 내려놓고 무료급식만 합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하는 게 많더군요. 근데요. 주객이 바뀌면 안 되잖아요. 저는요. 아무리 힘들어도, 뼈를 깎는 해산의 고통이 있을지라도, 끝까지 목회의 끈은 놓지 않을 겁니다. 저에게 있어 “무료급식” 사역과 “목회” 사역이 두 기둥인데요. 그래도 이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전 조금도 망설임 없이 “목회”를 뽑을 겁니다. 그렇다고 무료급식을 놓겠다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제가 죽는 날까지 해야할 사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를 놓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입니다. 저는 모태부터 하나님께 콜링을 받은 사람이거든요. 다른 데, 다른 곳, 딴 짓을 할래야 할 수 없어요. 우리 하나님께 붙잡힌 거룩한 영적인 레위인이자 주의 종이거든요.

옛날에 은퇴를 앞둔 김도순 목사님이 계셨는데요. 이 목사님께서 새벽예배 때마다 “그동안 내가 설교한 걸 계산해 보니 몇 만편이었어요. 주일 낮, 저녁, 수요예배, 새벽기도회 등을 모두 합치면 그렇게 나와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솔직히 그 당시에는 그 말씀의 의도가 뭔지 몰랐지만 목회를 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세월동안 그 많은 설교문을 작성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동병상련의 마음이 드는 것 있죠.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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