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22. 11. 25. 17:29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우시장(牛市場)과 오일장(五日場)이 열리는 곳입니다.
제부도, 대부도, 서신면, 마도면 남양면까지
지역주민 모두 우리동네에서 장을 보고 갔습니다.
시골이었지만 부자동네였습니다.
정육점을 운영했는데 명절대목 때마다 돈다발을 한 가득씩 가져왔습니다.
또 동네에 염전이 있었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도 많았습니다.
이분들 월급날만 되면 온 동네가 들썩였습니다.
다방이 많았는데 다방마다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지금은 염전도 사라졌고, 상권도 그때만 못합니다.

2011년, 새신자가 우리교회를 출석했습니다.
알고 보니 염전노동자였습니다.
옛날엔 잘 벌고, 잘 썼고, 잘 나갔으나
지금은 혼자 사글세방 살이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염전이 폐쇄될 때 보상금으로 일인당 1억5천만원씩 보상해줬는데,
생전 만져보지 못했던 큰돈이 들어오자 흥청망청, 이리저리, 야금야금 다 써버렸다며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매일 기도하는 게 있습니다.
“하나님,
단체가 갑자기 커지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
저를 갑자기 유명해지지 않게 하소서.”
갑자기 커지면 망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천천히, 꾸준히, 차근차근 성장하게 해주세요.
내실과 내공이 쌓아지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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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짚은 꼬부랑 할머니가 급식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100인분 분량의 미역을 내려놓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기 목사님의 사모님 어디있어?
딸 낳았다면서.
내가 몸조리 하라고 미역사왔어.
먹어, 먹고 기운차려.
그리고 딸 난거 축하 혀!”

이걸 어쩌죠?
졸지에 딸이 생겼습니다.
어떤 소문을 듣고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부부는 더 이상 자녀계획이 없어요.
두 아들 키우는데도 힘듭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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