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들고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지금 저와 우리 학생들 모두 아무 말 없이
눈은 반쯤 감긴 채 초점도 잃고 허공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품도 끊임없이 해대고 있고요.
따라서 아이들보고 오늘 공부방은 좀 쉬라고 허락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서 모든 봉사자의 수를 세보니 20명 정도가 된 게 아닙니까.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우리 급식소에 봉사를 오시면 점심은 무료로 제공합니다. 20명의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도 보람찬 봉사를 하고나서 다같이 먹는 밥보다 더 맛있는 밥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 만나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드시고 가신 어르신의 수를 확인해 보니 구십 분 이상이 됐네요.
가장 피크 땐 식사 자리가 너무나 부족해 재빨리 교회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공수해 와야 했을 정도입니다.

또 오늘은 첫 번째로 시행하는 이동, 무료진료가 있는 날이라 급식소 밖 추위 단속에 단단히 신경을 썼습니다. 천막에 비닐 벽을 임시로 막아 찬바람을 막았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난로들을 총동원해 난방비 생각 않고 최강으로 피어댔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시행한 이동, 무료진료 덕에 우리 어르신들이 얼마나 큰 혜택을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많은 배려와 신경을 써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나중에 든 생각인데, 우리 봉사자들이 정말 많은 고생을 한 것 같더라고요. 뭐 저야 모든 일에 대표로서 진두지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머리로 지시하고 판단하느라 머리가 약간 아픈 것, 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다리가 약간 아픈 것뿐인데...
우리 봉사자들은 제 지시에 왔다갔다, 의자, 책상, 난로 등을 이동하고, 또 어르신들을 인솔하는 등 얼마나 고생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세상에 광현이는 다리가 시원찮은 어르신을 등에 업고 교회가 있는 3층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 게 아닙니까. 나중엔 다리가 풀려서 휘청대더라고요.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제 아내가 한턱 쐈습니다. 화요일마다 40% 빅세일하는 도미노피자를 큰맘 먹고 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난영쓰~
--
민택이가 드디어 올 게 왔습니다. 어제도 갑자기 가만히 있는데 코피를 두 번이나 쏟고, 오늘도 두 번이나 쏟은 게 아닙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이비인후과를 데려갔습니다.
“아프지 마라 돈 나간다. 하하 사랑해... 민택아.”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