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봉사자 절반이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일주일간 제한된 봉사자와 함께 무료급식을 진행했습니다.
긴장도 됐고, 힘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보람도 있었죠.
그동안 설거지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걸 알고 크리스토퍼 사장님들이 도와줬습니다.
사업을 접고 자발적으로 온 것입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데 이런 사랑을 받으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대부분 남자 봉사자들이었습니다.
무료급식을 하면서 오늘같이 진기한 풍경은 또 처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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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컴퓨터 수리점을 운영했습니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경기PC종합병원 김성민원장”을 찾았습니다.
증상도 척척, 수리도 척척, AS보증도 척척 잘했습니다.
부품가격도 합리적으로 제공했습니다. 많이 안 떼먹었거든요.
사람들은 나를 “컴퓨터 박사”라 불렀습니다. 혹은 “AS기사”라 불렀죠.
나름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사무실 한 구석에 고장 난 컴퓨터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과거에 쌩쌩 돌아갔던 컴퓨터들이 이제는 퇴물이 돼 구석에 쳐박혀있습니다.
그것을 꺼내 어찌어찌해서 고쳐놓습니다.
미다스(Midas)의 손처럼 고물 컴퓨터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무료급식소를 운영합니다.
과거에 잘 나갔던 사람들이 나이들어 급식소를 찾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말 대단했던 사람들입니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산업역군이었던 사람,
김영삼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 직원이었던 사람,
청계천에서 잘나갔던 공구상 사장이었던 사람,
크게 목회했던 목사님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이런 사람을 볼 때, 구석에 있던 고장 난 컴퓨터가 생각났습니다.
그도 한땐 최신형으로 잘 나갔을 텐데 말이죠.
이제는 나이 들었다고, 돈이 없다며 괄시와 천대를 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 급식소가 그들에게 새 희망을 심어주려고 합니다.
삶의 의미와 의지를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사회에 꼭 있어야 할 AS기사입니다.
병들고 외로운 사람들,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여주는 김성민은 애프터서비스 맨입니다.
얼마 전, 휴대폰이 고장 나 고객센터를 찾았습니다.
내부가 굉장히 깔끔했고 친절했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기사들이 프로페셔널 했습니다. 전문가다웠습니다.
우리 급식소도 삼성AS센터처럼 품격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이 사회를 책임지는 애프터서비스센터는 만나무료급식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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