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카테고리 없음 2024. 5. 9. 17:46

모(母)교회는 20년 전부터 노인대학을 운영했습니다.
나는 스태프로 섬겼습니다. 여러 가지 잡다하게 봉사했습니다.
방송실과 분반공부(컴퓨터 기초)를 맡았습니다.
소풍도 따라갔습니다.
관광차 몇 대를 대절해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소풍을 가면 성도들이 찬조를 많이 했습니다.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로 풍족했습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교회로 복귀했습니다.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서로가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후 소문이 이상하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소풍가기 전 마트에서 샀던 롯데제과 마가렛트 한 상자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먹고 남은 과자,
상자를 뜯었다가 남은 걸 다시 채운 과자 몇 봉지,
과연 이것을 누가 가져갔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걸로 대단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어떤 집사님이 가져갔다더라. 어린자녀 주려했다더라. 부목사님이 가져갔다더라.” 이렇다 저렇다 소문들이 난무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치사한 것도 같고, 덕이 안 되는 것도 같고,
지금 생각해도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급식소를 운영하려면 돈 구분을 잘해야 합니다.
영수증도 잘 챙겨야 합니다.
전용카드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현금을 못 씁니다.
그래서 지갑에 여러 개의 카드를 가지고 다닙니다.
각각 쓰이는 용도가 다릅니다.
식재료카드, 단체법인카드, 결손아동카드, 교회법인카드, 개인카드 등
구분해서 내미는 것도 굉장히 골치 아픕니다.
한번씩 대형마트를 갑니다. 계산대에서 계산할 때마다 뒷사람에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구분한다해도 실수가 나옵니다.
사지 말아야 할 것을 덜컥 카드로 긁는다던지,
몇 백 원 구분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한 뭉치로 구입할 때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구분하는 게 맞겠지만 이것까지 하려면 피말라 죽을 것 같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합니다.
결코 이 말을 정당화 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다 지혜롭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운영할 것을 약속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껏 운영해가겠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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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카테고리 없음 2024. 5. 8. 17:29

큰 나무 옆 작은 묘목은 크게 자랄 수 없습니다.
영양분을 모두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큰 사람 옆 작은 사람은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꾸 일으켜 세워주고 보살펴주기 때문이죠.
큰 사람이 갔던 길로만 따라가면 쉽습니다. 금방 거목(巨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옆에도 큰 사람이 존재합니다. 거목 같이 큰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무료급식도 쉽게 할 수 있나 봅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행사를 잘 진행했습니다.
부모님들께 꽃도 달아드렸고, 맛있는 식사도 대접했습니다.
윤주연 선생님이 카스텔라와 두유를 사주셨고,
한살림(향남매장)에서 쌀도 후원했습니다.
또 급식소 이전에 도움을 준 모든 분에게도 머리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현경, 박우진, 유성이, 임태민, 김수아, 하지현, 김기련 님 고맙습니다.
베풀어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내 주위엔 대인배가 참 많습니다. 마음이 넓고 큰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본받으며 성장해가겠습니다.
더딘 것 같고 답답할 수 있겠지만 언젠간 큰 사람이 돼있을 겁니다.
보잘 것 없는 물방울이 바위를 패는 것처럼 여러 해가 지나면 그렇게 돼있을 겁니다.
후원자, 당신과 같은 인격과 품위를 지닌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나는 당신이 있어 복 받은 거네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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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단

카테고리 없음 2024. 5. 7. 13:04

후원을 많이 받으려면 홍보를 해야 합니다.
홍보하지 않으면 재정이 어려워지고 무료급식도 이어갈 수 없습니다.  
제대로 홍보하려면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린 그럴 만한 여력이 안 됩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변함없이 삼시세끼 무료급식을 하는 것뿐입니다.
하기 싫은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묵묵히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홍보수단입니다.
한 달치 식단표가 미리 나와있습니다.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 없습니다.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원칙과 규칙을 세워 그대로 준행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입니다.
느린 것 같고 더딘 것 같지만 가장 빠른 홍보효과를 봅니다.
후원자로 하여금 빠르고 효과적인 피드백이 되돌아옵니다.
이런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만나무료급식소는 계속 이 법칙을 간직한 채 사역에 임하겠습니다.
“끈기 우직함 집념 투지 강한의지 열정 노력 승부수 성취욕 끝장 최선 꿈 희망 열망 근성 인내 역경 용기 정신력 배짱 자신감 자제력 투혼 투쟁심 전위 불굴 깡다구 강단 뚝심 오뚜기정신 칠전팔기정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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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버이날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러 곳에서 후원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뚝 끊겼습니다.
사회 및 경제사정이 어려운 것도 이유일 수 있겠고,
또 내가 잘못한 게 있었나도 생각해보고, 여러 곳에서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아무튼 서글픈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가 와서 더 그런 것 같고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어르신들인데, 문득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아내와도 합의를 봤습니다.
그래서 내일 무료급식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과 떡을 대접할 계획입니다.
살아가며 베푼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은 인생입니다. 이번엔 베풀어야겠습니다.
때마침 특별후원이 들어오지 않는 절호의 기회라 우리 가족이 나서야겠습니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하고 미안함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에 거지근성이 싹트면 그 인생은 망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계속 자각하고 있어야합니다.
없는 형편이지만 하고 싶은 건 해야겠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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