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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9. 1. 28. 01:09

참, 두고두고 말로 꺼내기 힘들었던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만 두었던 생각을 몇자 끄적여보겠습니다. 이렇게 공개된 곳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건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우리교회 이야기입니다.
우리교회는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부흥하고 있는 교회였습니다. 덩달아 담임목사인 저도 아주 재미있고 신바람나게 사역을 했었죠.

그러나 한순간에 성도들이 나가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확히 절반의 성도만 남은 채 주일낮예배를 드리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모두 중직자들이고 헌금생활도 열심히 했던 분들이라 교회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교회 공동체 전체적인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저 또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은 꿈같았던 시간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꼭 바람빠진 풍선이 된 듯한 상황들,
인생사 아니 사역, 참 재미있더군요. 반어법으로 표현했지만 솔직히 이런게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담임목사는 평생 한 교회에 몸 담았어도 담임목사편은 한 명도 없는 거라고,
뭐 여기서 내편 네편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제가 다 잘못했겠죠. 첫째로 제가 목회를 잘 못해서, 서툴러서, 너무 경험이 없어서 이런 상황까지 왔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자숙하고 있고 회개하고 있습니다.

떠난 성도들을 축복합니다. 오늘 주일낮예배 도중에 떠난 성도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싶은 마음이 확 드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남아있는 성도들과 통성으로 축복의 중보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요. 우리 하나님께서 절망하고 있는 저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새힘을 주신 게 아닙니까? 사실 교회 이탈성도는 오늘까지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던 현재진행형인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아니 더 악화된 것 뿐이지만, 제 마음만은 180도 달라진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요.
2011년 북양동에 개척을 하고 4개월 동안 제 아내와 단 둘이 예배를 드렸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라는 마음을 우리 주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아니 이런 생각이 들자, 제 마음이 땅 속으로 푹 가라앉는 것처럼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편안해졌습니다.
다시 출발점에 서있는 더열린교회, 그리고 나.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꼭 실성한 사람처럼 막 웃고다니고 있네요.​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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