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카테고리 없음 2022. 10. 14. 16:20

신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안산명성교회 청년담당 전도사로 부임했습니다.
이때의 청년들이 지금은 중년이 돼서 무료급식소 후원자가 돼있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첫 설교를 한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바지에 오줌 지릴 뻔 했습니다.
얼마나 떨리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던지 모릅니다.
계속 원고만 보고 읽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 읽어서 떠듬떠듬,, 아이쿠...
사임할 때까지 이랬습니다.
내 설교를 들어준 청년들이 굉장히 고맙습니다. 대단한 인내심을 지녔습니다.

담임목사님은 전도사에게 설교를 잘 안 맡겼습니다.
근데 수요예배 회중설교를 맡긴 것입니다. 저에게 말입니다.
그때부터 또 얼마나 가슴이 쪼여오는지 심장마비로 세상 작별할 뻔 했습니다.
극/초/소심/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MBTI도 INFP일 것 같습니다.
청년들 앞에서 설교하는 것도 적응 못했는데 어른설교라니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게 분명합니다. 아마 설교 한번 하고 바로 쫓겨날 것입니다.
“회중의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실력없는 전도사를 쓰다니”라며 잘릴 게 틀림없었습니다.

한 달 내내 설교를 달달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PPT도 만들고요.
정말 혼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근데 막상 강대상에 올라가니 머릿속이 깜깜해졌습니다.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큰일났습니다. 금방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또 신호가 왔습니다. 찬양대의 찬양은 시작됐습니다. 오늘따라 찬양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속이 탑니다. 물 마시고 싶고, 신호는 더 이상 못 기다릴 정도까지 왔습니다. 할 수 없이 강대상을 뛰쳐나와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앉아있는데 찬양소리가 귀가에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미 심장은 바깥으로 나온지 오래전입니다. 다시 올라가기 싫습니다. 발이 안 떨어집니다.

설교의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저,,, 지금 떨고 있습니다. 많이 떨고 있습니다. 성도님의 많은 양해 바라며 들어주세요.”
다행히 무사히 끝났습니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는데 10년은 늙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창백한 얼굴인데 12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때같이 늙은 모습은 아닙니다.

그런데요.
청년설교나 어른설교나 어르신설교나, 10년 전 설교나, 지금의 더열린교회 설교나 그 내용은 똑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선포하며,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입니다.
주저앉아있지만 말고 일어나 앞으로 전진하자라는 내용입니다.
“삶의 목적을 세우는 희망의 교회”

첫 대중설교를 마치고 성도들의 집에 초청을 자주 받았습니다.
식사를 대접받으며, 많은 사랑을 주셨습니다.
성도들이 저를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몸이 불편한 전도사님”으로만 알고 있었던 분들께서
설교 후에는 저를 귀하고 극진하게 대해주셨습니다. 과분하고 황송할 정도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꿈을 향해 힘차게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앉고 달립니다.
시간을 아끼며 혼밥도 하고, 숨차게 뛰어다닙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하나뿐인 인생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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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 재밌는 일이 많습니다.
뜻깊은 일도 많고요.
원불교 불자가 쌀을 후원하고,
수녀님께서 빵을 후원하고 갑니다.
저에게 “목사님, 목사님”하면서요.
신기하죠?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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