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분의 80%는
60세이상 홀로 남겨진 독거노인,
저소득 및 취약계층의 어르신들입니다.
나머지 20%는 장애인, 일일근로자, 외국인노동자, 가난한 취준생, 결손아동, 소외청소년으로 구성됩니다.
한마디로 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다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국가가 당연히 돌볼 사람들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십시오.
밥 타가려고 무료급식소 앞에서 긴 줄을 서있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 아니겠습니까? 본인은 얼마나 더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고프니까 줄서는 것이고, 매일 밥타러 오는 겁니다.
이분들, 한 끼에 8,000원짜리 식당밥 못 사먹습니다.
5,000원짜리 지폐를 얼마나 꼬깃꼬깃 가지고 다니는지 모릅니다.
요즘은 불경기 중에 불경기입니다. 경제사정이 말도 못합니다.
소상공인들, 자영업자들 모두 나가자빠지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경기침체, 국외사정, 자원문제, 환경문제 등 원인은 다양하겠지요.
우리 동네도 상권이 다 죽었습니다.
오후3시만 되도 개미 한 마리가 없습니다.
진짜진짜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근데 몇몇 상인들이 무료급식소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며 시청에 민원을 넣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집요하게 민원을 넣었습니다.
한동안 이 문제로 골머리 썩었습니다.
저희도 같은지역에서 나 몰라라 식의 운영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대화도 청해보고,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자 제스처도 취해봤지만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짜낸 방안이 급식소 밖에 안내문을 걸어붙인 것입니다.
“소외계층 및 60세이상 독거노인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소입니다.”
이 안내문을 보면 해당되지 않는 분은 오지 않겠지요.
그리고 민원을 넣은 사장님들에게도 “우리가 노력하고 있다”라는 묵언의 암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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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 주변으로 굉장히 위험합니다.
급식소가 삼거리에 위치해서 어르신들이 오갈 때 꼭 횡단보도를 건너야합니다.
근데 무단횡단을 하십니다. 교통질서를 잘 안 지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움찍움찍하는지 모릅니다.
그런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해 현수막으로, 안내문으로, 신호도우미로 2중, 3중 펜스를 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혹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급식소에 배상책임을 물을까봐 우리 나름대로 비싼 월급 주며 신호도우미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급식소는 교통사고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걸 알리는 의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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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마다 급식소 앞에 가이드라인을 칩니다.
질서유지나 새치기를 막기위해 치는 것입니다.
만약 이걸 안 하면 “개판”이 됩니다.
“나 먼저 줘, 내가 먼저왔잖아. 밀지마. 왜 저 여편네 먼저 주는 거야? 이 싸가지 없는 년아~”
장난 아닙니다.
그래서 추워도, 바람불어도, 비와도 가이드라인을 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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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시간이 정해져있습니다.
11시부터 나갑니다.
점심 무료급식인데, 12시에 나가지 않고 11시부터 나갑니다.
이유는 어르신이 너무 빨리 오기 때문에 11시부터 나가는 것입니다.
어떤 어르신은 봉사자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줄 서있는 분도 있습니다.
자연히 봉사자의 마음도 급해집니다.
봄, 가을은 그래도 괜찮은데,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줄 서있는 게 곤욕입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11시에 배식을 합니다.
그 시간은 저희와 이용자와의 약속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줄 서있는 분들이 다리 아플까봐, 추울까봐, 더울까봐, 비와서, 눈내려서
미리 배식한다면,
집에서 TV보다가 11시에 맞춰 나오는 어르신들은 밥을 못타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규칙을 지켰던 사람은 불이익을 당하고,
규칙을 어긴 사람은 혜택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딱 11시에 배식하는 것입니다.
오래 줄 서 있었서 다리가 아파도, 춥고 더울지라도
상관없이 규칙을 정한 것입니다.
만약 식사준비가 빨리 끝나서 배식도 빨리 나눠드린다고 가정해보면
그 다음 날에는 더더 빨리 와서 줄 서 있는 광경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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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을 운영하면서 점점 균형을 잡아가고
적응해가며,
규칙이 생기고,
안전사고 예방과 방지를 위해 대비하며,
위법사항에 관련해 철저히 준비하는 걸 배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