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된 주일을 우리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잘 보냈습니다.

이 세상은 참 살맛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살아갈 의미가 생기는 것 같구요.
살아가면 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일들, 재미있는 일들, 구경할 일들, 관심있는 일들이 솔솔 생기니깐요.
하나님이 “너 그만 오렴”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가야되는 인생이지만 비록 그때까지만큼은 신나고 후회없이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올라가는 게 제 소원이기도 합니다.

앞서 글에서 교회이야기를 적었는데요.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 이번 주일만큼은 우리 주님께서 저에게 왜이리 힘을 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힘이 펄펄 솟아 강대상에서 방방 뛰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를 만나는 사람 누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뇌성마비 증세가 있죠. 그래서 저와 처음 만나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 상대방이 신기한 표정을 짓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제가 기가 죽어살거나 의기소침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전 당당하게 그런 세상과 마주대하며 아주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깐요. 물론 제 이런 장애를 부끄럽게, 혹은 가리거나, 숨기려는 생각도 조금도 없구요. 그냥 상대방이 “당신 행동이 좀 이상합니다.”라고 말하면 “네, 맞아요. 전 뇌성마비를 앓았거든요. 지금도 그 증세가 남아있어요.”라고 말해드립니다. 뭐 근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으로 짐작하고 있지만 입밖으로는 꺼내지 않더라구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사강”이란 동네에서 30년 이상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한 교회를 30년 동안 섬겼구요. 그 교회에서 좋은 형을 만났습니다. 이 형과 저는 유난히도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처음 만난 계기는 너무 오래돼 생각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습니다. 만약 이 형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저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해 “지금 성철이 형 어디있어요?”라고 물을 정도였으니깐요. 형은 저를 잘 따랐습니다. 물론 저도 그 형을 잘 챙겨주었고요. 제 진심을 다해 형에게 대해주었거든요. 아참,,, 그 형은 다운증후군과 같은 병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리분별 다 할 수 있는, 제가 보기엔 똑똑한 형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약국을 운영하셨는데 그 어렵다는 약의 이름과 위치를 전부 꿰뚫고 있을 정도였고 기억력은 제가 본 사람중에 최고였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습니다. 이런 형은 다른 사람이 아닌 저만을 유난히도 의지하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그만큼 저도 그 형에게 정말 잘 대해 주었죠.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셔서 만나지 못하지만 가끔 그때가 아련하게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교회는 제1호 성도가 계십니다. 가장 오랫동안 우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분이죠. 개척할 당시 등록해 지금까지 저와 가장 친분이 두터운 집사님으로 계십니다. 그런데 이분도 약간의 정신지체가 있는 분이거든요. 이분역시 저를 유난히 잘 따랍니다. 다른교회 가는 것도, 다른 목사님한테 가는 것도 싫다고 하실 정도로 말입니다. 한때는 서울에서 우리교회를 매주 출석하셨으니깐요. 부모님이 그 신앙과 고집을 못꺽어 화성으로 이사를 오셨지요. 이랬던 집사님은 오직 제 곁에, 오직 우리교회와 함께 있고 싶다고 늘상 말하시는 분입니다. 장가갈 때도 꼭 주례를 서 달라시네요.
우리교회가 특별히 잘해주는 것도, 또 제가 잘해주는 것도 없는데 이렇게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이 계시는 것만으로도 전 굉장히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며, 세상 그 어떤 담임목사님도 부럽지가 않는, 꼭 목회에 성공한 느낌이 드는걸 어떡하죠?

제가 담임하고 있는 더열린교회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장애인 성도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담임목사 때문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걸 깨닫습니다. 저와 우리교회의 특별한 은사이고 우리교회가 맡아야할 성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깨닫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리가 구원하고 섬겨야 할 대상이 한 명만이라도 있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하며 신나게 사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교회에 비렁뱅이 노숙자, 냄새나는 노인들, 눈쌀 찌푸리게 하는 장애자들이 많으면 정상인들이 오지 않아”라구요.
그래도, 그럴지언정,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잡고 구원열차에 올라타야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만 주어진 주님의 명령이기 때문이죠. 그 영혼도 우리 하나님이 보시기엔 똑같이 온 천하보다 귀한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죠.​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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