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봉사자가 있는가 하면 준비되지 않은 봉사자들도 있게 마련이죠. 오늘은 후자의 봉사자들이 많았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다행인게 모든 봉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참 뜻깊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에 어떤 사람이 와서는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닙니까.
"내가 여기 토박인데 누구 마음대로 급식소를 운영하는거야?
여기 대표 나와.
나는 남양 홍씨에, 집은 북양리에 있다.
이거 이런 식으로 하면 내가 사진을 찍어 화성시청에 민원을 넣어 고발하겠다.
좀 가려서 해라"
제가 좀 참았어야 했는데 "시청에 민원을 넣겠다."라는 말에 순간 돌아버렸습니다.
우리가 확장하지 않았을 땐 아무 말 없다가 확장을 하고, 또 우리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갑자기 많아지니깐 별 이상한 사람들이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들고 태클을 걸어옵니다.
결국 "그래요, 그럼 어디 해 봅시다. 제발 민원 넣으십시오. 고발하십시오.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우리도 남양에서만 횟수로 6년을 무료급식 하는데 당신 같은 사람은 오늘 처음이다. 아니 앞의 식당에서도 안 그러는데 당신이 뭔데 그러는 겁니까? 설령 식당에서 그래도 돈 많아서 밥값 내고 비싼 밥 먹는 사람은 여기에 안오고 또 여기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일반 식당을 갈 수 없는 분들께서 오시는 겁니다. 분명한 구분이 있고, 우리는 이 지역에서 꼭 이 일을 해야 되겠으니 맘대로 하십시오."
몰래 숨어서 사진을 찍겠다네요. 그리고 갔습니다.
아우~
오늘 아침에 이 사람 때문에 신경을 팍 썼더니 늦은 저녁인 지금까지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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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르신들에게 푸드마켓에서 주신 츄러스 한 봉지씩을 나눠드렸고, 간식으로도 만들어 대접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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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무료,이동진료가 있었습니다.
이번엔 3층 교회에서 하지 않고 식사하셨던 이 장소에서 진행했습니다.
많이 편하던데요.
옛날에는 협소한 공간 때문에 꿈도 못꿨던 것이죠.
우리 급식소를 매일 찾아오시는 노숙자가 한 분 계시는데요.
오늘 이 분도 진료를 받았지 뭡니까.
그런데 세상에 혈당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기계가 수치조차 잡지 못하고, 눈에는 황달끼가 있는 등 여러가지 검사에서 도저히 이대로 있으면 언제 돌아가실지,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위급한 소견에, 함께 오신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다급해졌습니다. 그래서 119를 불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응급으로 입원 소속을 밟았습니다. 노숙자를 위한 전문 치료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서 본인 동의만 얻으면 가능하다기에 얼마나 설득을 했는지 모릅니다. 감사하게도 오랜시간 설득 끝에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몸과 마음이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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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장례식장 정명희 집사님께서 우리 급식소에 오셔서 후원을 하시고 가셨지 뭡니까. 선거 유세로 굉장히 바쁘실텐데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고 친히 찾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혜 잊지 않고 우리 어르신들에게 정성껏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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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급식소에 봉사하러 서울 강남에서 온 중1짜리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는데요. 아빠 차를 타고 왔다가 그 아빠가 우리 급식소의 어르신들을 보고는 후원까지 하시고 가셨지 뭡니까. 알마나 감사하던지요. 고맙습니다. 더 잘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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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 앞에 봉궁순대국이 있습니다.
여사장님이 계시는데요. 대단한 카리스마적 포스가 느껴지는 분이죠. 지역에서 좋은 일은 다 도맡아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것도 이름없이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라면서 순대국을 주셨지 뭡니까.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우리 어르신들 순대국 굉장히 좋아하시거든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우리 어르신들에게 잘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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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을 읽으면 참 권위가 없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글 쓴 사람이 진짜 목사 맞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이니깐요.
권위란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는 글을 곧잘 쓰곤 합니다.
뭐 교회가 아닌 무료급식소나 세상에서 만나면 더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제가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대언하기 위해 단 위에 설 땐 180도 달라진다는 점이죠.
철저히 다릅니다.
또 때론 예의를 정중히 갖춰야 할 곳에도 품격있고 배운 사람처럼 행동하려 합니다.
예의없는 건 질색이거든요.
혹 저에 대한 편견을 가지시는 분이 계십니다.
더 나아가 제 앞에서 자꾸 실수하시는 분이 계시죠.
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아닙니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떠났지만 우리교회를 다녔던 학생들이 이런 실수를 제 앞에서 많이 했습니다.
그 아이들 앞에서 목사의 권위를 다 내려놓고 서로 허물없이 지내니깐 나중엔 목사가 안 보이는 겁니다. 담임목사가 아닌 친구처럼 여기더군요.
안되겠다 싶었죠.
아무튼 최소한의 예의만 지켜주신다면 제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게 목회를 잘 하는 방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