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라 하루종일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본가에 가주었기 때문입니다.
늦게 일어나 씻고 교회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그동안 밀린 사무처리를 하고 잠깐 잡념에 잠겨봤습니다.
엊그제 우리 단체가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는 걸 확인하고 그 기쁨을 감출 수 없어 두서없이 글로 남겼는데 제가 너무 흥분했나봅니다. 나중에 다시 읽으니 말도 안되고 읽기 불편한 부분이 있어 약간 수정을 했습니다.
모든 게 하나님의 공로인데 이 부분이 약했고, 우리 단체를 사랑해준 회원들과 정기후원자와 후원기업, 그리고 기도의 동역자가 있었다는 걸 잠시 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이제부터가 조심할 때입니다.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시민, 사회단체가 기부 받은 돈을 잘못 유용해 그동안 쌓았던 명성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고, 사회적 지탄을 한 몸에 받는 걸 보면서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져봅니다.
더 바르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운영할 것입니다. 똑똑하게 말입니다.
영분별의 능력을 간구하며 단체를 이끌 것입니다.
몇 년 전 “할머니들에게 매달 1,000만원상당의 옷을 기부할 테니 억 단위의 기부금영수증을 떼 줄 수 있느냐”라고 묻는 분이 계셨습니다. 거절했는데 잘한 것 같습니다. 저와 우리 단체가 그만한 그릇도 안되고, 말씀하는 말투도 약간 이상해서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연락은 자주 받을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이게 순수한 건지, 아니면 덧에 걸릴 수 있는 것인지 분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저희 가정은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하는 일마다 잘된 적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교회 사찰까지 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가난을 살아봤던 기억은 저에게 굉장한 이익이 됐습니다.
저는 옛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악바리같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넉넉한 환경이었다면 이 같은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이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가난이란 경험은 저에게 겸손도 희생도 인격도 선물해주었습니다. 특히 청소년 때의 가난은 평생 남는 것 같습니다.
무료급식도 처음부터 이렇게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도로에서 식탁 하나 깔고 집에서 전기밥솥에 밥을 짓고, 정육점에서 돼지잡뼈를 얻어와 국밥을 대접했습니다. 그야말로 처절했죠. 그 세월이 흘러 지금의 무료급식소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위로, 앞으로 전진만 할 것입니다. 이게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청교도인이 가졌던 도전정신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더 정신 차리려고요. 세상엔 나쁜 사람이 많습니다. 마음먹고 사기 치려는 사람한테는 못 당합니다. 제발 우리와 상관없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