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의 물질관 이야기죠.
대부분 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남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것으로써 자연히 눈치가 100단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주장은 이렇다"고 선뜻 못내미는 것이 특징입니다.
더 나아가 "내 형편이 지금 이러니 도와주세요"라고 말을 못꺼내죠.
꺼냈다간 "무슨 오해를 받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날 잠은 다 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페이스북을 하는 것도, 아니면 박사학위를 따려는 것도 제 속 깊은 이면에 있는 저의 근본적인 응어리들을 잘라버리려는 몸부림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장애를 가진 제가 세상의 편견에 대한 소극적인 공격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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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나무료급식소 장소를 확장하는 부동산 계약을 썼다는 글을 올렸지요.
글은 쉽게 썼습니다만 저와 우리교회, 또 성도들은 엄청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마디로 피가 말랐습니다. 특히 계약금 때문이었죠.
다행히 우리교회 아주 신실하신 성도께서 계약금 2,000만원의 95%를 무보증, 무이자로 빌려주셔서 정말 어렵게 어렵게 성사가 된 것입니다.
땅이나 매장같은 부동산은 그 시기를 놓치면 계약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을 저의 모교회 목사님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우리의 수중에 돈이 없지만, 기회와 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각오로 모험을 걸어본 것입니다.
월세도 급식소만 100만원이 들어갑니다. 교회는 따로 들어가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우리가 현재 돈이 많은 게 절대 아닙니다.
매월 1일이 되면 급식소와 교회에서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 합니다.
지난 4월 1일에는 정말이지 탈탈 긁어 모았는데도 정확히 26만원이 모자란 것이 아닙니까?
이때 심정은 정말이지 죽고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들더군요. 숨도 막히고, 답답하며, 괜히 짜증도 나고요, 다 때려치울까라는 마음, 또 어떨 땐 욕까지 나오더군요.
월말에 카드값 매꾸고, 월초에 고정금액이 들어가다보니 매월 이 기간만 되면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됐죠.
그런데 저는 노골적으로 "저희가 이러니 도와주십시오"라고 말을 못하겠더군요.
이것이 앞에서 말한 저의 장애에서 나온, 버리지 못한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우리는 하루하루 이렇게 사역했습니다."라는 아주 자세한 사역이야기를 올리는 것 뿐, 그 이상은 염치도 없고, 제 자신이 용납 못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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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오늘 아침, 저의 모교인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 동기 전도사님께서 "마중물 겨자씨와 같은 헌금이 되면 좋겠다"면서 저희에게 귀한 헌금을 하신 게 아닙니까?
제가요. 이 헌금을 받고는 차마 아무 말도 못하겠더군요.
이 전도사님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전도사님께서 주신 헌금을 받아야하나 오랫토록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도사님께 떨리는 마음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전도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말도 안 꺼냈는데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이 말입니다. 굉장히 감동받을 때가 있는데, 내 마음을 미리 알아주면 그렇게 감동을 받더라고요. 그것이 꼭 물질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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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 무료급식소 확장에 들어가는 계약금과 월세 등 계산을 다 해서 얻은 게 절대 아닙니다. 계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보면 "김성민 저거 미쳤네"라는 말이 나오겠죠. 당연합니다. 저도 약간 무섭습니다.
그래도 이것이 하나님이 저희에게 주신 사명이라고 한다면, 또 응답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대책이 없어도 앞만 보고 나가는 것입니다.
"주님, 이제 순종했으니 채워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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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가 모자라 햇빛을 쬤습니다.
원래 페이스북 사진 전체에 내 얼굴이 다 나오게 찍어 올리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한 번만 봐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