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테고리 없음 2023. 10. 23. 23:25

우리 부부는 무료급식소에서 일합니다.
평일이면 둘 다 여기에 매달립니다.
후원자 및 봉사자 관리, 각종 행정처리 등 아주 정신없습니다.
요즘 학교에선 정규수업을 오전만 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습니다.
할 수 없이 방과후학교를 보냅니다.
방과후학교를 보내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부부가 다 직장에 다녀야합니다.
셀프로 재직증명서를 뗐습니다.
대표가 대표의 재직증명서를 발행했습니다.
“직장명:(비영리사단법인) 더불어사는우리 만나무료급식소 대표:김성민, 직원:장난영”

주위에 목회자가 많습니다.
목사님은 목회만 하고, 사모님은 나가서 돈을 버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요양보호사, 영양사, 어린이집 교사, 방과후학교 교사 등 많이 봤습니다.
그 심정 백번 이해합니다.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완수하려고 목회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험준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부부는 힘껏 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
이것도 “사역(하나님의 일)”이라 말하고 싶지만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일”입니다.

나는 목사인 동시에 무료급식소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목사(사역)를 하기 위해 무료급식소를 하는 것인가?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 위해 목사를 하는 것인가?
전도의 도구로 무료급식을 하는가?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 무료급식을 하는 것인가?
무료급식 때문에 전도가 되는 것인가?
무료급식 때문에 교회 살림이 나아지는가?
무료급식 때문에 교회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인가?
무료급식 때문에 목사의 대외활동이 커지는가?
무료급식이 수단인가? 방법인가?
처음 받은 사명이 교회 목사인가, 아니면 무료급식소 대표인가?
뭘까요?
도대체 나는 뭘까요?
샴쌍둥이가 있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인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현대의학기술을 통해 분리수술을 하지만 곧 죽고 맙니다.
나의 정체성도 이렇습니다.
더열린교회 목사와 만나무료급식소의 대표를 분리시키실 수 없습니다.
분리시키면 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더열린교회가 곧 만나무료급식소이고
만나무료급식소가 곧 더열린교회입니다.
이것 때문에 다른 무엇이 존재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따라서 하나만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냥 내 삶이 무료급식소 현장이고,
내 삶이 교회이며,
내 전도현장이 무료급식소이고,
내 성도가 무료급식소 이용자이며
내 사역지가 무료급식소 앞마당입니다.
설거지를 하는 게 말씀준비를 하는 것이며
식판 나르는 게 기도입니다.
행주로 식판 훔치는 게 찬양이고
후원자와 미팅하는 게 심방입니다.
이런 내 삶이 설교의 액기스로, 설교의 소재로 이루어집니다.

Posted by 만나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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