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무료급식소
사람은 적응을 참 잘하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료급식을 못하는 상황이 되자 급히 도시락으로 선회한 것을 보면 그렇다.
우리 어르신들도 그러려니 하고 도시락을 가져가신다. 무료급식소를 탓하는 분도, 정세를 탓하는 분도 없다. 으레 당연시 여기는가 하면 오히려 “왜 열었어, 이때 편히 쉬지 그래?”라며 내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해 주신다.
요즘은 방학기간이라 학생들이 급식소를 많이 찾는 편이다. 그래서 정기봉사자들이 편해졌다. 아니면 손이 모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봉사하러 오는 단체가 있어 더욱 화기애하며 즐거운 봉사시간을 가졌다.
단체 이름이 길다. “한국카네기CEO클럽 화성오산총동문회소속 천사봉사단(회장 정덕범)”이다.
모두 화성시와 오산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마음씨 좋은)사장님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난국에 자기 사업을 팽개치고 봉사를 한다니, 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일이지만 벌써 일 년이 넘게 꾸준히 오고 있는 봉사단체이다. 우리 입장에선 정말 귀한 분들이다.
이분들 오실 때 빈손으로 오신 적이 없다. 어르신 대접하라며 김, 김치, 야쿠르트, 호두과자 등 정말 양손 한가득 싸들고 오신다.
뿐만 아니라 보여주기식이 아닌 오래토록 봉사에 몸이 길들여진 것처럼 정말 솔선수범 모범적으로 봉사에 임한다. 항상 웃는 얼굴과 즐거운 표정으로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봉사한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 나도 느끼는 점이 많다.
밥도 먹고 간다. 우리 입장에선 좋고 기쁜 일이다. 그날 만든 밥을 같이 먹어보고 객관적인 평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봉사하러 온 학생들에게 말하는 게 있는데, “점심 안 먹고 가면 봉사점수를 못 올려 드립니다”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무료급식소에 봉사를 왔으면 어르신과 똑같이 먹어봐야 예의인 것 같다. 미안해서 안 먹고 가버리면 그게 더 실례인 것 같다. (왜 안 먹지? 맛없어 보이나?)
그런데 한국카네기분들은 드시고 가셔서 기쁘다. 청소와 뒷정리까지 완벽 클리어다.
이런 분들이 어제는 우리에게 마스크 500장을 후원해 주셨다.
사실 마스크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에 동네 판다팜에서 50개들이 한 박스를 2,900원에 팔기에 두 박스를 사왔다. 그리고 곧 이 사태가 터진 것이다. 다시 구매하려 했지만 매장에도 동났고 다시 들려올 기약도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무료급식을 하려면 위생이 최고이다. 화성시 위생과에서도 불시에 우리 급식소를 방문해 점검을 하기 때문이다. 봉사자들은 마스크와 일회용장갑을 꼭 착용한 다음 봉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인 게 아닌가. 혼자 끙끙 앓고만 있었는데 오늘 때마침 마스크를 후원해 주신 것이다. 마스크를 보는 순간 어찌나 기쁜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이 나도 모르게 나와 버렸다. 내 표정이 궁금한 분이 있으면 유튜브에서 어제 날짜의 동영상을 검색해 보시라. 눈이 하트로 변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두고두고 감사와 은혜가 밀려온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하나씩 나눠드렸다. 구할 수도 없는 마스크를 드릴 수 있어 행복했다.
항상 사랑받으며 급식할 수 있어 행복하다.
행복이 따로 없다. 무료급식을 하면 저절로 백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울증도 사라지고 인생의 목표도 생기게 된다.
이렇게 좋은 무료급식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못할 순 없지 않는가.
이런 나를 막을 상대는 그 어디에도 없다.
만약 “화성시가 코로나에 뚫려서 도시락마저도 나눠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봤다. 근데 그래도 무료급식은 해야겠다는 결론을 냈다. 혼자생각이다. 우리 아내가 알면 난 오늘밤 죽은 목숨이다. 아마 잔소리로 내 귀는 안드로메다에 가 있으리라.
나 혼자라도 우주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도시락을 든 채 각 집집마다 돌며 배달하려는 생각이 최후의 보류이다. 배민같이.... 우리는 배달의 민족 아닌가?
사실 무료급식을 안하면 할 게 없다. 심심한 걸 세상 싫어한다.
아 놔... 글이 길어졌다. 급한 일이 있어 이만 줄여야겠다.
추신, 지난 십년동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모두 취합해 논문이나 출판의 소재로 쓰고 싶어졌다. 다음 주부터 작업(화려체->간결체)에 들어간다. 그래서 지금부터 문체를 간결체로 쓰려한다. (2020년)해주시길...
#카네기 #한국카네기 #카네기클럽 #한국카네기클럽 #CEO클럽 #화성오산 #총동문회 #화성오산총동문회 #천사봉사단 #한국카네기CEO클럽 #한국카네기CEO클럽천사봉사단 #정덕범 #마스크증정 #미세마스크 #500장후원 #입마개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