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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무료급식소 이야기

만나무료급식소 2020. 5. 30. 01:20

도시락을 나눠드리며 “집에 가서 드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8년을 넘게 같은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하셨던 게
코로나19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참담하기 때문이다. 우리 어르신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급식소 안에서 다같이 모여 식사할 수 있었던 것을 도시락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나에겐 아직도 어색하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다.
무료급식소의 운영중단이냐? 아니면 도시락으로의 대체냐?의 선택.
그러나 우리가 아니면 식사를 거르는 분이 많으므로 다른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코로나 사태에 ‘다른 무료급식소 문은 닫혔지만 여기 급식소만큼은 닫지 않았잖아’라는 말에 위안을 가져라”
이 말에 힘을 얻을 뿐, 우리 성에 차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갓 지은 밥을 만들어 아침, 점심, 저녁을 대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가 보는 앞에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봤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것이다.

지금 사회 전반이 어렵다는 게 실감난다.
하나의 이유는 후원이 줄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료급식소 이용자가 전보다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신다.
매일 만들어내는 도시락보다 훨씬 많은 어르신이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도시락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제한된 봉사자들로 그 많은 도시락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도 매일 기적과도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무료급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하루만 대접하는 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 5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많은 도시락을 만들어내야 하는 봉사자 입장에서 그 노고를 더는 강요할 수 없다. 차라리 무료급식을 중단하면했지 우리 봉사자를 희생시킬 수 없다. 정말 불쌍하다.
나는 대표로서 그렇다쳐도 봉사자는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5년 넘게 매일 묵묵히 그 일을 해나가고 있다. 정말 고귀하고 숭고함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한정된 인력과 재정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시락을 더 늘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도시락이 다 떨어졌을 때에는 컵라면을 드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오늘내일 하고 있다.
“마음에 감동이 되시는 분은 컵라면을 후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같이 줄을 서 있었는데 내 앞에서 딱 도시락이 떨어져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무너지는 자괴감을 느낀다.
지금 우리에게 컵라면 후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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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도 연락이 온다.
남양읍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대*빌라 2*2호 어르신이 하루 종일 굶고 있는데 도시락 좀 배달해 주시겠어요?”
“네, 해드려야죠.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해드리겠습니다.”
도저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식아동에 이어 독거노인까지 도시락배달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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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영은교회가 있다.
그 교회에서 주일에 헌금 들어온 모든 금액을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를 했다.
그런데 이 교회 성도 몇 분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교회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친히 손글씨로 써서 교회에 올린 게 아닌가.
아이쿠, 그 정성이 어딘지 모르겠다.
결국 부목사님을 통해 연락을 받게 됐다.
“목사님, 저희교회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 드리는 건데요. 어려운 코로나 상황에 목사님 개인이나 자녀, 가정을 위해 맘껏 쓰셔도 괜찮으니 구애받지 말고 쓰세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게 아닌가.
차마 개인적으로는 못쓰겠고 전액을 교회재정으로 채워넣었다. 그랬더니 만년 적자였던 재정이 플러스 30,000원이 된 게 아니겠는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수원영은교회 담임목사님과 사모님, 모든 성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우리교회 사연을 친히 올려준 고마운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항상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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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서 미용실을 개업하신 분이 귀한 헌금을 하셨다.
나와 딱 한 번 뵌 적이 있었는데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찾아 연락을 준 것이다. 그리고 하는 말씀이
“목사님, 갑자기 기도 끝에 생각이 나 헌금하는 겁니다. 전 얼마 전 개업을 해서 많은 후원은 못해요.”라는 게 아닌가?
아이쿠, 이 어려운 시기에 개업을 하셨는데 정말 잘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사업을 위해 중보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