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접니다.
무료급식을 하고 있으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무료급식은 내 정체성이고 거울이며, 삶의 지지대이고 목표가 됩니다.
삶을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게 아니면 지금쯤 난 뭘하고 있었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됩니다.
그래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그 시간만큼은 아주 미쳐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마약을 먹은 것처럼 희열을 느끼고 몸에서 엔도르핀이 샘솟습니다. 무료급식만 하고 있으면 세상이 다 내 것만 같습니다. 설거지하는 게 신나고, 튀기는 게 재미납니다. 내가 생각해도 꼭 미친놈 같습니다.
내 삶은 이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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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도바울을 존경합니다. 사도바울처럼 살고 싶습니다. 바울이 멋있는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당당했다”는 겁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자만하지 않게 하려고 육의 가시를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이 말을 깊이 생각해보면
첫째, 바울은 자신이 앓고 있는 육체의 가시, 즉 자신의 질병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 그는 그 병을 숨기지 않고 고린도교회 많은 사람에게 편지로서 떳떳하게 공개했다는 겁니다.
2009년 봄, 지금의 아내와 첫 데이트를 했습니다. 얼마나 설렜는지 심장에서 북소리가 났을 정도입니다. 저녁 무렵, 어둑컴컴한 카페에 갔습니다. 그리고 차를 시켰죠. 대화는 무르익었습니다. 그런데 직접적인 표현은 안 했지만 자꾸 날 보는 시선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아닙니까. 데이트 후 집에 바래다줄 때도 운전하는 내 모습을 갸우뚱하며 힐끔힐끔 보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정상인 아내가 뇌성마비가 있는 나를 보니 얼마나 이상했겠습니까?
아내는 말합니다.
지금 와서 그때를 회상하면 참 가관이었다고... 말하는 입은 삐뚤빼뚤거리고, 운전하는 모습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젠 딱 봐도 뇌성마비인데 왜이리 당당해?”
ㅎㅎ 제가 기도하고 갔거든요. 그게 제가 당당했던 이유입니다. 아주 칼을 갈고 갔습니다.
전화통화로만 데이트를 하다가 직접 만나자고 했을 때 얼마나 두려웠던지...
"장애인인 날 좋아해줄까?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해서 연락을 끊자면 어쩌지?" 오만가지 생각에 기도밖에 생각이 안 났습니다. 그리고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아내의 눈을 가려준 것입니다.
내 장애의 모습을 “어? 행동하는 게 조금 이상한데... 뭐지?” 정도로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ㅎㅎ
하나님 만세!
결국 우린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사도바울이 자신의 질병을 알고 있었듯이 저도 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설교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손발이 오그라져서 못 볼 지경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입과 몸이 삐뚤어질 수 있지? 그래도 설교를 하다니... 또 그 설교를 듣고 ‘아멘’하는 사람은 또 뭐야?”이런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자괴감 같은...
그러나 사도바울처럼 당당히 세상에 외치고 싶어졌습니다.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서슴없이 고백했던 것처럼 저도 고백하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뇌성마비 목사입니다."라고요.
(고린도후서 12:7)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 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