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끄심
처음부터 무료급식 사역을 하려고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신학교 졸업해서 단독목회만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를 무료급식 쪽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의도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분야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교수 만드는 게 꿈이었다고 말합니다.
근데 앞치마 매고 도시락 나르고 있네요.
그만큼 인생은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가장 좋은 쪽으로 이끌어 가신다는 점입니다. always
신실한 하나님 덕분에, 그분을 믿기 때문에, 그 이끌림에 온 몸을 맡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진짜 열심히 살았습니다.
무료급식으로, 목회로,
입에서 단내 날 정도로 뛰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하나님 때문이죠.
하나님께 상 받기 위함이고,
하나님께서 베푼 은혜가 너무 커서 그 은혜를 생각할 때 그냥 앉아있을 수 없어서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힘들지 않고 즐겁습니다.
매일 기쁘고요. 충만함이 샘솟습니다.
우리 아내도 그렇고, 봉사자들도 다 똑같습니다. 제 마음과 같습니다.
이 기쁨을 빼앗길 수 없습니다. 누구한테도 안 줄 겁니다.
거룩한 욕심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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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총 수입이 2억이라면 평균 한 달에 1,600만원이 들어왔다는 말입니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고요. 실제로는 그렇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특별한 행사, 즉 바자회나 특별모금활동을 진행한 달만 많이 들어오고, 그렇지 않는 달은 적게 들어옵니다.
하지만 지출은 고정으로 나가죠.
월세와 공과금 같이 매달 일정합니다.
새해가 되고 첫 25일이 다가옵니다. 목돈 나가는 날이거든요.
근데 후원은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모든 통장에 있는 돈을 긁어모아 한쪽으로 옮겼습니다.
분명히 이번 달 펑크가 날 것 같더군요.
기도했습니다. 걱정했고요. 염려도 했습니다.
목사가 설교할 땐 “근심, 걱정 하지마세요”라고 했건만 정작 본인은 돈걱정에 끙끙대고 있었다니 한심하죠?
그러던 중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목돈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를 쭉 지켜봐왔던 분께서 후원한 것입니다.
1월 달에 이렇게 후원 받아본 건 처음입니다.
덕분에 숨통이 터졌습니다.
매년 보릿고개 달이 있거든요. 1, 2, 6월 이런 달인데, 매우 어렵습니다.
“12월의 산타가 필요해요”란 모금활동으로 들어온 돈을 가지고
매일 아침, 저녁 무료급식을 슬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돈은 목적에 맞게 구별 된 돈이라 터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후원해주신 귀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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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마다 “재정공개”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래서 초신자들에게는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직분이 권사나 장로 정도 돼야 하고, 그것도 슬쩍슬쩍 화면으로만 보여주며 넘어갑니다.
왜 이럴까요?
우리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공개합니다.
공개해야지만 됩니다. 법이 그렇습니다.
근데요.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다 공개해서 ‘시험’에 드는 사람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건 "떳떳하고, 안 떳떳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공개해도 괜찮은 것인데,
괜한 오해와 억측이 나올 수 있는
“애매한 항목”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교회에서 재정공개에 민감했던 것입니다.
사람 살리는 곳인데,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긍휼한 마음으로 재정공개에 조심했던 것 뿐입니다.
우리 단체의 재정을 보고 시험에 드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