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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내

만나무료급식소 2020. 11. 25. 15:58

뭘해도 똑부러진 아내입니다.
특히 계산에 능합니다.
전 더하기빼기 열심히 하고 있는데 벌써 머릿속에서 답이 나온 상태입니다.
사회초년생부터 직장을 다녀서 사회경험도 풍부합니다.
뭐든지 맡기면 척척 해내는 사람이죠.
어쩌면 제가 무료급식을 하는 것도, 목회를 하는 것도 다 우리 아내가 있어 가능한 것입니다.
일을 벌여놓으면 뒷수습은 꼭 아내 몫이 됩니다.
제가 외부사람 만나러가면 무료급식소는 우리 아내가 도맡아야 합니다.
어마어마한 각종 관공서 서류들은 온전히 아내만 만질 수 있습니다.
전 손도 못뎁니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몰라서입니다.
인터넷 주문도 아내가 다 합니다. 10원이라도 싼 곳을 잘도 찾아내거든요. 각종 쿠폰을 모아모아서, 또 핫딜 뜰 때까지 기다려서 알뜰하게 구매합니다.
이만큼 우리 아내의 비중에 큽니다. 무료급식과 목회에서의 75%는 아내가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전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성격도 중성적인 성격입니다.
터프하고 화끈합니다.
할 말 있으면 두 눈 똑바로 뜨고 하는 성격입니다.
말로 당할 자 없습니다.
LG라는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꿋꿋히 핸드폰은 애니콜을 썼던 아내, 상사의 꾸지람에도 괘념치 않았던 여자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내가 이상해졌습니다.
제가 뭘 시키면 자꾸 까먹습니다.
어제는 자동차 키를 쓰레기통에 버린 게 아닙니까.
무료급식 할 때 쓰레기를 치운다고 키까지 함께 버린 것입니다. 그것 찾느라 고생했습니다.
또 분명히 통장에 입금을 해줬는데 안 했다고 우기는 아내입니다.

“요즘 왜그래요?”라고 하니깐
“아이를 낳을 때 뇌까지 함께 낳은 것 같애요”라며 웃어넘기는 아내.
건망증이 심해진 것 같습니다.
제 곁에서 백년해로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갑자기 맘이 찡해집니다.
시집와서 고생만 시킨 것 같습니다.
근데 앞으로 더 고생해야 하는데...
제가 죽을 죄인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