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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 이야기

만나무료급식소 2021. 9. 8. 20:46

세계여행을 하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빠니보틀”인데요. 참 재미있게 봅니다.
코로나시대라서 여행을 못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된 것입니다.
시대와 딱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대리만족을 주는 셈이죠.
“빠니보틀 덕분에 행복합니다.”  

우리 무료급식소도 코로나시대에 이용자가 확 늘었습니다.
어려운 코로나시대와 맞물려 이용자가 갑자기 는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 많이 오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느끼는 게, “우리가 꼭 있어야 하구나”입니다.
그들도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무료급식소 덕분에 행복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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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소외계층을 위한 생필품전달사업 “사랑의상자배달”을 해왔습니다.
돈이 있어서 시작했던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이웃에게 도움을 베풀려는 긍휼한 마음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결코 넉넉지 않았습니다. 허리띠 졸라매서 시작한 것이죠.
이랬던 것이 지금은 무료급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의 대표사역이 된 것입니다.

소외청소년을 위한 후견인 연결프로그램 “1대1수호천사”도 똑같이 될 것입니다.
올해 4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많이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큰 사역으로 자리매김 돼 있을 겁니다.

몇 년 전, 가까운 학교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 학교 학생 중에 어렵게 생활하는 아이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싶습니다.”
“얼마씩요?”
“그.... 그게... 5만원..이요”
대답하면서도 내 자신이 창피했습니다. 20만원이나 100만원씩 장학금을 쾌척했었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하니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죠.
예상대로 그 학교와 다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월 5만원이란 돈이 별 볼일 없는 돈인 걸 압니다.
하지만 그것이라도 돕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오해가 있었나봅니다.
지금은 100만원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근데요. 하기 싫어졌습니다. 트라우마가 된 것인지 지금은 장학금사업을 하고싶지 않습니다. 먼 훗날 마음이 바뀌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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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를 좋아합니다.
보고 또 봐도 재미있네요.
대사 중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란 대사가 나옵니다.

오늘 무료급식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중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오늘 거기서 밥 타간 사람인데요. 무료급식이 이게 뭡니까? 계속 주던 우유도 안 주고, 화성시에서 이렇게 운영하라했습니까?”
“뭔가 언짢은 일이 있으셨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기운 빠지게 만드는 전화였지만 그래도 좋게해서 끊었습니다.
만약 화성시에서 무료급식하라며 비용을 100% 다 지원해주면 억울하지도 않을 텐데,
화성시를 들먹이고, 우유 이야기를 하다니...
무료급식 식비의 50%정도만 지원받습니다.
그것도 식재료만 그렇고 월세나 전기세 같은 운영비는 지원에서 제외됩니다.
나머지는 회원과 후원자의 후원금,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풍족하게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우유와 간식을 드렸던 것입니다.
우유 때문에 재정이 빵꾸났습니다. 그래서 식재료비 결재도 다음 달로 이월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래서 어제부터 우유를 못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재상황입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다보면 서글퍼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래도 불평불만, 저래도 불평불만.
사람은 다 그런가봅니다.
우리의 의도는 그게 아닌데,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했건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