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이야기
우리 급식소 이름은 “만나무료급식소”입니다.
삼거리 정중앙에 있어 사방 어느 곳이든 “만나무료급식소”가 보입니다.
간판도 엄청 커서 누구든 한눈에 볼 수 있죠.
요즘은 살기 힘들어서 그런지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은 굉장히 어렵게 사는 분들입니다.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일일근로자, 이런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역적 특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우리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까짓 한 끼 도시락을 받으러 “무료급식소”에 온다?
지나가다가 구경하는 차도 있고, 사람도 있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밥을 타가는 심정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사방이 훤히 보이는 길가에서 줄지어 서있는 기분 말입니다.
그 창피함은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식소에 매일 오십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배고프니까,,,,
저희에게 이렇게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저 급식소 때문에 상권이 다 죽었어.”
“우리 식당에 파리 날리는 건 저놈의 급식소 때문이야.”
“왜 아무나 다 주는 거야?”
“부자들도 거기서 먹던데?”
이래서 시청에 민원을 넣는 분이 있는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넉넉히 사는 분들은 쪽팔려서? 우리 급식소에 오지 않습니다. 아들, 딸이 있는데 굳이 왜 와서 먹겠습니까? 일차적으로 자녀 얼굴에 먹칠 한다고 본인도 안오고, 자녀들도 못 가게 하죠.
홍보관이나 노인대학에 가면 우리 급식소 이용하는 분들은 “왕따취급”을 받는답니다.
“저 애팬네 무료급식소 다녀, 같이 다니지 말고 놀지도 마.”이런다네요.
에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우리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들은 10,000원 한 장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모릅니다. 속치마 속에서 금이야 옥이야 꼬깃꼬깃 정성껏 꺼냅니다. 이런 분이 일반음식점에서 8,000원 하는 국밥 못 사먹죠. 평생 당신 돈내고 안 사 먹던 분이세요.
따라서 우리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이 따로 있고, 일반음식점을 이용하는 분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우리 급식소 때문에 일반음식점이 파리 날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핑계거리에 불과하고, 누워서 얼굴에 침뱉기입니다.
급식소 외벽에도 크게 붙였습니다.
“우리급식소는 소외계층 및 60세 이상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입니다.”라고요.
또 간판에 “만나급식소”라고 하지 않고 “만나‘무료’급식소”라고 “무료”를 붙인 이유도 똑같은 맥락입니다.
이 지역에 정말 배고픈 분에게 갓 지은 따뜻한 식사를 정성껏 대접하려는 안타까움에서 이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진짜 소외계층을 섬기려고요.
하지만 이런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얼굴에 철판 깔고 뻔뻔하게 와서 도시락 타가는 분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인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특수한 상황”을 다 그런 것처럼 “일반화”시키지 마세요. 우리의 모습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보편화”시키지 말아주세요. 대부분은 저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함께 섬겨야 될 분들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