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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만나무료급식소
2020. 4. 25. 12:44
다 죽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만나무료급식소 김성민 목사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저는 남양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요. 일을 하다 그만 허리를 다쳐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집에서만 있으니 공황장애도 왔고요. 집에 먹을 것도 떨어졌습니다. 또 병원을 가야하는데 약값이 없어 못가고 있습니다. 죄송한데 약값 좀 주시면 제가 나중에 일을 해서 갚겠습니다.”
“선생님, 딱한 사정이군요. 저희가 최대한 돕는 데까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도시락도 배달해 드릴 수 있고 생필품도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전을 드리는 건 원칙적으로 안 하고 있습니다.”
“...”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받고나서 기분이 나빴던 건 굉장히 오랜만이다.
전화를 하면 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오판이다. 우리는 진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 만약 그 사람이 진짜 어려웠다면 전화를 그런 식으로 끊지 않았으리라. 그러면 내가 직접 찾아가 상태를 보고 병원에 같이 가주든 어떻게 하든지 했을 텐데... 연기를 하는 느낌을 받았고 우리를 그런 식으로 봤다는 게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