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줌
우리에게 후원하는 분은 넉넉한 분들이 아닙니다.
하나같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인천에 사는 어떤 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들 보는 책이 있는데 보내드려도 될까요?”
“네, 당연하죠. 우리가 돕고 있는 아이들에게 정성껏 전달하겠습니다.”
어렸을 때 왕따도 당했었고, 학폭 피해자였으며, 현재도 월세살이로 어렵사리 사는 분.
이런 분의 연락을 받으면 한동안 머리가 멍해집니다.
그리고 정신차리게 됩니다.
자아(自我)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고쳐먹습니다.
헛짓거리를 못하게 되고 자각하게 만듭니다.
초심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똑같이 가난했는데, 어떤 사람은 남에게 베풀며 살고, 어떤 사람은 은혜를 받기만 했습니다.
집에 돈이 없었습니다.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빚보증을 잘못 섰고, 하는 사업도 망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습니다.
결국 교회 사찰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적어도 먹는 것, 자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부모님은 쉬는 날도 없이 일주일 내내 교회에서 일했습니다.
옛날 건물은 계단을 신주(황금색 금속으로 된 쇠)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예배 때마다 무릎끓고 힘껏 닦아야 했습니다. 얼마나 힘든지 말도 못합니다.
온 식구가 달라붙어 예배당을 가꿨습니다.
근데 빚은 줄어들지 않았고, 월급으론 감당이 안됐습니다.
아버지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교회 녹을 먹는 우리는 미안해서 더욱 열심히 일했습니다.
할아버지, 삼촌, 아버지, 어머니, 저 전부 달라붙어 일했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면 눈물이 저절로 흐릅니다.
세상 누구도 모르는 우리 식구만 아는 처절했던 세월들.
형편을 아는 몇몇 분께서 이것저것 챙겨주었습니다.
그때 받은 사랑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받기만 했던 그때의 습관이 오랜시간 쌓이고 쌓였습니다.
“나는 받는 게 당연한거야”여겼습니다.
잘못된 생각이었죠.
다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항상, 늘, 힘껏 베풀며 살고 싶습니다.
욕심없이 다 내주며 살고 싶습니다.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이기에 내 것은 없습니다.
